장애인의 자립과 탈시설 정책의 방향

바람직한 장애인의 삶의 방식

이병화 | 기사입력 2019/07/05 [14:54]

장애인의 자립과 탈시설 정책의 방향

바람직한 장애인의 삶의 방식

이병화 | 입력 : 2019/07/05 [14:54]

인권은 중요한 이념이며 원칙이지만 정책전환에서 꼭 필요한 것은 소요되는 비용과 업무의 합리성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이란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으면서 일상적인 자신의 삶을 통제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스스로 수행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주체적으로 자신의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살아가는 삶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와 격리되어 격리시설에서 살았는데 당시의 장애인은 시혜적인 서비스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장애인들의 이러한 삶을 거부하면서 자립생활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사회운동으로 출발했고 지금은 장애인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되었다. 그렇게 됨으로써 장애인정책은 물론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의 기본적인 목표라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

장애인의 자립생활은 두가지 사안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지역사회에서 분리된 거주시설에서 살던 장애인이 그곳을 떠나 어떻게 자립생활을 이룰 것인가이며 또 하나는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장애인이 주체적 시민으로서 지역사회에 어떻게 통합하는가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은 역사적으로 볼 때 시설에서 벗어나는 운동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자립생활의 논점은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이전하는 것에 맞출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자립생활을 인권이라는 차원에서 고려한다면 거주시설의 경험이 있던 없던 간에 한사람의 시민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영역의 사회적 보장이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지원 범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과제로는 주거확보, 자립금, 초기정착금, 긴급 의료지원, 지역사회로의 전환교육 등이 있지만 그것을 뛰어 넘어서 소득보장, 주거보장, 근로보장, 의료보장, 교육보장, 일상생활 보장 등 보편적인 사회보장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기본 과제로 설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립생활이란 장애인이 서비스의 수혜자로서의 단순한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 권리와 통제권을 가지고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자신의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자립생활은 장애인 홀로 모든 사안을 해결하고 처리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장애인의 자립생활이란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직접 통제하면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직접 통제한다지만 위험의 감수라는 사안도 고려해야 하며 실패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정한 자립이나 권리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자립생활 운동은 장애인의 권리와 통제를 강조하는 만큼 서비스의 과정도 전문가나 서비스 제공자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당사자성이나 동료성에 기반을 두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을 대상화하거나 의존성을 강화하는 서비스 방식보다 장애인들의 동료성에 기초한 경험의 공유를 통해 자기주도성을 강화하는 방식의 서비스가 바람직한 것이다.

 

자립생활의 패러다임은 신체적 손상이나 기술의 결여, 심리적 부적응, 동기 및 협동심의 부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회의 부적절한 지원, 가족과 전문가의 지원, 경제적 환경적 장벽에 초점을 맞춘다. 자립생활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장애의 문제는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재활과정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장애인은 환자 또는 수혜자가 아니라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의 소비자이며 장애로 발생하는 문제를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상담사 등이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장애물과 사회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제거함으로써 장애인의 자조, 동료상담, 사회적 옹호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전문가에 의해 통제받기보다는 소비자로서의 장에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장애인의 자기주도, 환경 제약의 최소화, 그리고 사회경제적 생산성 향상으로 장애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의 이념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3년 한국장애인연맹을 통해 장애인 관련 서적이 번역되면서였다.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 의 충격' 이라는 단행본이다. 1997년 한국소아마비협회직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에 있는 자립생활센터를 방문하고 자립생활 운동의 이념과 서비스를 연수했다. 1998년부터 우리나라 정립회관이 일본의 대표적인 자립생활센터인 휴먼캐어와 함께 직원연수, 세미나, 동료상담 교실, 국제학술회의, 체험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서 자립생활 운동의 철학과 이념을 확산시켰던 것이다. 2002년에는 서울시와 광주광역시에 장애인 자립생활센터가 설립되었고 일본과 교류협력 사업을 실시했다. 서울시는 당시 서울시에 있던 5개 센터에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했다.

 

2017년에는 전국 250 곳에서 장애인 자립생활센터가 운영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중증장애인에 대한 자립생활 지원의 법적근거가 마련된 것은 2007년부터였다. 장애인복지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는 중증장애인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고 중증장애인을 위한 자립생활센터를 통해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며 지원센터를 통해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 등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센터의 운영기준을 마련했다. 이 센터는 의사결정 기구의과반수를 장애인으로 구성해야 하며 장애동료 상담전문가를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센터의 주요 업무는 장애인동료에 의한 서비스 지원, 정보제공 및 의뢰, 지역사회의 환경개선 사업, 장애인에 대한 차별 해소 그리고 장애인 인권의 옹호와 증진 사업이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가 각 지자체별로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에 있어 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의 권리확보 운동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자립생활센터가 확대되는 추세에 있지만 아직까지 그 운영은 지체장애인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이 현실이다. 향후에는 발달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 의 자립생활센터도 운영되어야 할 것이고 그들을 위한 구체적 지원 방안이 준비되어야 한다.

 

2003년부터 한국지적발달장애인 복지협회에서 자립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자립생활 지원, 권익옹호, 상담 및 정보제공, 공공후견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장애인이 책임자나 직원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관설립의 법적 근거가 뚜렸하지 않고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2017년 헌재 34 곳에 지적발달장애인을위한 자립생활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도비와 시비를 지원받고 있다.

 

자립생활 지원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서비스제공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자립생활 운동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가이다. 장애인복지관에 장애인의 역량강화 및 권익옹호 지원사업이 포함되었고 거주시설에 대한 지원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라 하겠다.

 

당사자성과 동료성이라는 자립생활의 기본이념을 확고히 하면서 전달방식과 운영방식을 전통적인 서비스 제공기관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에 대한 정부의 계획은 장기적이어야 하고 지속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고 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자조집단이며 권익옹호기관이며 자립지원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신념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보건복지부가 추구하는 정책목표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있다. 이것은 서구 복지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정착된 정책목표인데 장애인이 수용 또는 격리가 아닌 지역사회 안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다. 장애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발, 가사도움, 식사제공, 이동지원, 주택개조, 보장기구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개인의 욕구와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적정하게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 단체가 책임지고 그 서비스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돌봄을 구현하는 방식은 나라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공통요소가 있다. 그것은 당사자 중심의 통합성, 서비스 설계의 유연성, 서비스구성의 다양성, 그리고 그 책임을 지방자치 단체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탈시설

탈시설의 개념은 대략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시설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거나 거기에 더해 시설의 규모와 기능을 기존의 상황을 바꾸어 탈시설 이념에 맞도록 만드는 것을 뜻한다. 다른 하나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안에 있는 보편적인 주택에서 자립생활을 하면서 거주지 선택과 일상생활의 선택권을 장애인 스스로 행사하는 상태를 말한다.

 

거주시설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순기능을 인정하면서 대규모를 소규모로 바꾸고 탈시설의 개념에 맞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도 탈시설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시설에서 이루어졌던 수용이나 감금을 방지하고 주거, 치료, 훈련, 교육 및 재활을 위해 지역사회 내에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시설보호가 불가피할 경우 생활조건, 보호 및 치료의 방식을 개선하는 것도 탈시설의 과정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탈시설을 논의하는 방향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거나 완전한 독립생활로 나가는 것을 지향하되 그것을 준비하는 중간단계로 새로운 거주시설을 설정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자립생활을 준비하는 장애인에게 개별화된 다차원의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기존의 거주시설을 사회생활 지원시설로 기능전환을 도모함으로써 소규모 거주시설인 공동생활 가정을 확대하고 거주홈, 체험홈, 자립생활 가정, 자립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중간시설을 만든다는 것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 개개인의 자립생활 역량을 강화하고 자립생활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동료성에 기초한 지원을 시도한다는 구상이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앙정부 차원의 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제도, 발달장애인 공공후견 지원사업 등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을지원하는 정책기조가 설정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탈시설에 대한 뚜렸한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지원계획 마저도 불확실하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2015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연구를 통해 자립생활에 대한 로드멥이 제안된 바 있고 지방자치 단체 차원에서는 서울시의 경우 거주시설에서 자립생활로 향한 과정을 지원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기는 하다.

 

이러한 노력은 탈시설정책이라기보다 전환주거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지만 정부의 정책이 부실한 상황에서 그나마 주목할만한 것이라 하겠다. 서울시가 수행하고 있는 탈시설 추진 사업은 서울시의 조례에 의한 기본계획을 기반으로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2009년 자립생활 지원을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 체험홈과 자립생활 가정을 설치했다. 체험홈과 자립생활 가정의 운영은 서울시가 2010년에 설립한 '장애인 전환서비스 지원센터'에서 수행하고 있다.

 

이 센터는 탈시설을 희망하는 시설거주 장애인을 상담하고 전환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체험홈, 자립홈, 자립생활 가정, 자립주택이라는여러가지 이름으로 생활공간을 만들어 주거지원을 하고 있다. 체험홈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자립생활센터의 기본형태이다. 이러한 주거방식은 장애인이 가족이나 거주시설에 의존해서 사는 삶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살아가기 위해 자립생활을 직접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지역사회 내에 임시 주거공간을 마련해 주는 서비스인데 중증장애인에게 기술훈련, 동료상담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2017년 현재 체험홈은 서울시에 가장 많은데 전국에 93 곳이 운영되고 있다.

 

거주시설에서 거주하던 장애인이 취업하거나 혼인하게 되어 시설에서 나오는 경우 지역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착금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05년 서울시가 처음으로 시행했는데 2010년 이후에는 다른 지방자치 단체에서도 서울시에 이어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과거 수십년 동안 대형시설에 장애인을 수용해왔따. 장애인을 한곳에 함께수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돌봄이고 치료방안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유럽과 북아메리카 국가들은 장애인을 시설에 격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인정하게 되었고 그렇기에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으로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럽연합은 2012년 유럽의 탈시설화 현황을 분석하고 탈시설 전환과정에서의 기본원칙을 도출했다.  

1) 이용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그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2) 시설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3)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4) 시설은 궁극적으로 폐쇄해아 한다.

5) 현존하는 시설에 대한 확장을 위한 투자는 제한해야 한다.

6) 탈시설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양성해야 한다.

7)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8)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통제가 있어야 한다.

9) 종합적인 관점에서 탈시설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10) 지속적으로 상황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탈시설 과정에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그것은 기존 거주시설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막아야 하고 시설서비스와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병행해야 할 경우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의 시설에서 실시하던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로 구축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고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기존의 시설을 폐쇄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탈시설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설이 불만족스러운 곳이라는 사실을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도록 홍보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탈시설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제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비중있게 고려해야 할 사안은 시설종사자에 관한 문제이다. 탈시설 과정에서 시설종사자들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찾아냄으로써 변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반발을 예방해야 한다.

 

탈시설화를 추진하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1) 탈시설이 이루어지기 전에 적정한 수와 규모로 지역사회 서비스가 확보되어야 한다.

2)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이 지역 내에서 건강 및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3) 장애인의 주거, 교육, 직업재활, 소득보장, 지역사회 보호 등에 있어서 평등한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4) 예산의 규모가 인원수에 따라 신축성을 갖추어야 한다.

5) 의료보호를 위한 예산이 지역보호 예산과 별도로 적정하게 확보되어야 한다.

6) 보호의 지속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7) 기존의 인력과 자원을 활용한 사례관리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

8) 서비스가 소규모의 지역 내 주체에 의해 제공되어야 하며 각 주체에는 인력과 시설이 지정되어 있어야 한다.

9) 중앙정부가 지방자치 단체의 역할을 명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탈시설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 고려해 볼만란 사안을 예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탈시설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 단체의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2) 시설을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 기존의 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4) 시설에 대한 재정지출을 줄여나가도록 한다.

5) 시설종사자의 인적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

6) 시설의 이해관계에 의해 탈시설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7)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8) 탈시설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범사업을 실시해야 한다.

9)탈시설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

10) 개인별로 적합한 예산 확보와 서비스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방식의 신축성을 확보해야 한다.

 

2014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2494천명, 장애인 거주시설은 1,457, 거주인수는 31,406명이다. 전체 등록장애인의 13%가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거주시설의 장애인은 반 이상이 본인의 동의 없이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시설에 입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은 대부분 5년 이상 장기간 입소하고 있고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해 시설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사생활이 거의 없고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며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탈시설 운동은 시설거주 장애인의 인권확보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그 첫번째 단계는 개별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개별시설별로 문제의 제기가 이루어졌다. 1987년에 발생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은 감추어졌던 시설 내에서 자행된 인권침해의 참담한 실상이 언론에 의해 폭로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설 내 인권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강력하게 촉구되었던 것이다.

 

탈시설의 두번째 단계는 2003년에서 2008년까지의 시기로 볼 수 있는데 조직적인 인권확보와 탈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된 시기였다.

 

이 시기에 미신고 시설을 양성화하는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비리가 심각한상태였던 당시의 미신고 시설들이 버젓이 합법화된 것은 미봉책에 불과한졸속행정의 소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시설의 비리척결, 시설거주인의 인권확보, 탈시설 정책 시행을 위한 사회복지법 개정운동이 전개되었는데 이러한 운동은 영화 '도가니'에 의해 더욱 힘을 받기도 했다.

 

세번째 단계는 2009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로 볼 수 있는데 탈시설을 위한 구체적인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장애인 당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운동에 힘입어 서울시에 '탈시설 전환 지원센터'가 설치되었고 '탈시설 정착금 지원', '자립주택 지원' 등이 시행되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국제장애인협약을 비준헸다. 이 협약에는 협약 당사국이 모든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자고 있슴을 인정하고 있다. 아울러 장애인이 이러한 권리를 완전히 향유하고 지역사회로의 통합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정부차원의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선언과 정책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탈시설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행정절차를 직접적으로 명시한 법률 조항이 없다. 따라서 장애인의 탈시설에 꼭 필요한 전환 지원체계, 주택지원, 퇴소지원금과 정착준비금, 권리옹호, 기타 자립방안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시설을 벗어난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지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탈시설 지원과 관계되는 법조항은 장애인복지법의 자립생활 지원에 관한 규정이 있고,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복지시설에서의 차별금지,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 서비스 신청권리 조항이 있기는 하다. 그밖에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발달장애인 지원센터를 특볈시, 광역시와 도에 설치해 운영하도록 하고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워 서비스 재공기관과 연계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룰도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35조에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 단체는 장애유형, 장애정도에 따라 자립지원 서비스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되어 있고 제4장에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활동보조 서비스 지원, 동료상담 지원 등 자립생활 지원에 관한 내옹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탈시설정책의 현황과 과제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탈시설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구체화한 것은 없지만 정부는 장애인 시설을 지속적우로 확충하고 개설을 확대해 왔다. 신규시설의 거주인수를 30인으로 축소하고 최저 서비스 권장기준을 제정했지만 그것은 탈시설을 목표로 한 중간단계의 설정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2010년의 장애인연금, 2011년의 활동보조 지원제도 도입을 통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탈시설과 자립생활의 토대를 지원하는 변화를 만든 것은 사실이다.

 

활동보조인 제도화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핵심 서비스이다. 지방자치 단체 중 탈시설 정책을 제일 먼저 실시한 곳은 서울시였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 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정책은 탈시설 정착금 지급, 체험홈과 자립주택 지원, 탈시설 전환 지원이 중심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본인의 의지와 는 상관없이 대규모시설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반인권적 상황에 제동을 걸고 탈시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주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탈시설 정책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탈시설 정책의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국가차원의 기본구상이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 단체의 차원을 넘어서 구가차원의 큰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그림은 탈시설의 기본개념을 정립하고 단계적 방안을 구체화해 장기계획을 성안하는 것이다.

 

장애인의 탈시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탈시설에 대한 법률적 기초와 정책의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정책의 실현은 법률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대규모 장애인 주거시설의 폐기도 정책수립과 시행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거기에 보태 국가차원의 탈시설 전환 지원체제도 확립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지방자치 단체에서 탈시설 전환 지원체제가 갖추어져 시행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방자치 단체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신규로 시설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고 불필요한 입소사례도 제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형편은 아직도 12%가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데 지체장애인의 탈시설이 증가하고 있으무로 신규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틸시설을 방지하고 있는 장벽은 기존 시설에서 야기되는 이해관계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을 설립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따라서 장애인을 시설에 보내는 것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시설이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인식또한 쉽게 용인되고 있다. 결국 탈시설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시설 입소를 금지하고 시설의 서비스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존의 대규모 시설을 그대로 놓아둔채 개인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탈시설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비스 구조를 바꾸지 안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시설은 민간인 주도로 설립되고 운영되었기 때문에 국가가 시설을 해체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나라 상황에 걸맞는 시설의 해체 방안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바람직한 탈시설의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시설에 의한 보호와 탈시설로의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시설이 자발적으로 해체하면서 동시에 탈시설로 전환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탈시설 초기단계에서는 기존 시설의 운영과 지역사회로의 이전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므로 비용부담의 문제가 불가피하므로 시설의 폐쇄 속도에 걸맞는 사업규모의 축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유럽의 사례에서 밝혀진 사실은 초기단계에서는 어려음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탈시설이 진전될수록 시설체제로 운영했을 때의 비용수준으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탈시설 전환과정과 정책수립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는 탈시설 전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전문가의 판단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은 점이다. 전문가의 판단이 우선시된다면 그것은 법률이 정한 장애인의 거주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탈시설 지원업무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를 통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 센터의 중점사업으로 탈시설 지원업무가 실시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과 행정지원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가족의 반대와 부양의무제로 인해 장애인의 의사와 반대로 탈시설이 좌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설입소의 상태가 되면 장애인의 가족들은 대부분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반대한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예외가 이니다. 가족들이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탈시설을 막는다면 그것은 법률에 명시된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장애인의 의사가 확고하다면 탈시설은 이행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양의무제 때문에 가족이 반대한다면 탈시설은 불가능하게 된다. 부양의무제로 인해 장애인이 급여 수급자가 되지 못한다면 탈시설에 소요되는 비용조달이 불가능하게 되기에 사실상 탈시설은 어려운 것이다. 가족의 반대나 부양의무제로 인한 탈시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소요예산의 지원방식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공급자 중심의 보조금 지원제도는 대규모시설의 운영이 유리하다. 보조금을 서비스 지원기관에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탈시설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비스 제공기관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고 서비스 이용자를 직접 선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구조는 시설중심의 체제를 유지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

 

시설의 거주인인 장애인이 탈시설한다는 것은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는 기관의 권한 축소이며 기관의 쇠퇴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예산을 수요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지만 이 방식만으로는 탈시설이 용이하게 이루질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만일 지원센터와 서비스 지원기관이 결탁할 경우에는 그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탈시설의 효과와 비용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탈시설에 있어 장애인의 인권은 가장 중요한 이념이며 원칙이지만 정책전환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논리적 검증은 불필요한 논쟁이나 맹목적인 반대의견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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