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맵시와 유연한 품세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

김수민 기자 | 기사입력 2019/12/27 [18:46]

섬세한 맵시와 유연한 품세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

김수민 기자 | 입력 : 2019/12/27 [18:46]

▲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김백봉부채춤 이북5도무형문화재 종목 지정 5주년 기념식(사진제공: 김백봉부채춤보존회)     ©

 김백봉부채춤보존회가 17일 부채춤의 이북5도무형문화재 지정 5주년 기념식을 서울 더 플라자 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성황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이날 2014년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여 김백봉부채춤 원형 공연, 기념식, 토크콘서트 등이 진행됐다.

기쁨이 오는 잔치라는 뜻의 ‘희래연(喜來宴)’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부채춤의 창시자인 김백봉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문화체육관광부)과 부채춤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인 안병주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를 비롯하여 보존회 전승자와 문화예술·무형유산 관계자, 무용계 인사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백봉부채춤은 세계인들에게 한국무용의 대명사로 잘 알려졌다. 1968년 김백봉 선생이 멕시코올림픽 때 대형군무로 선보였던 춤이다. 부채춤의 착상(著想)은 김백봉 선생이 1947년 스승이었던 세계적 무용가 최승희의 <무당춤>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 그렇게 구상된 부채춤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4년이 되어서 서울시공관에서 열린 ‘김백봉 제1회 작품 발표회’를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대형군무 형태의 무용을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전국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문화예술사절단과 함께 선보이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세계 속에 한국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전하는 대표적 공연예술로 자리매김했다.

부채춤은 1992년 ‘춤의 해’를 맞아 한국무용협회가 지정한 명작무 제2호이기도 하다. 당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했지만, 무용예술로서 전승 가치가 있는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도입한 명작무 제도에서 최초로 선정된 2개 작품 중 하나다.

그러다가 2014년 행정안전부 소속기관인 이북5도위원회가 ‘이북5도 문화재 보호규정’에 의해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하여 현재에 이르렀으며, 이날 행사는 이북5도무형문화재 종목 지정 5주년을 기념하여 열리게 되었다.

기념식은 무용예술 현장에서 한국무용가, 안무자, 무용교육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안귀호(경희대 글로벌미래교육원 실용무용계열 교수), 박이선(김백봉부채춤보존회장), 신진아(김백봉부채춤보존회 사무국장), 한솔(경희대 무용학부 강사), 박주현(안병주 춤·이음무용단 단원) 이수자가 생음악(장단 김연수, 피리 이정훈, 가야금 송승민)에 맞춰 직접 그 원형을 시연하는 공연으로 시작됐다.

개회사에서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양종승 박사는 “김백봉 선생님은 대한민국 무용예술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명무(名舞)일 뿐만 아니라 무용교육자였고, 민족문화의 선구자였다”며 “그래서 김백봉 선생님은 한국무용의 어머니이며, 우리 무용예술의 아이콘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에 방탄소년단(BTS)이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선보인 바 있는데, 그로 인해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세계인들을 한국무용에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했다. 그 부채춤의 원류가 김백봉 부채춤”이라고 말했다.

또 “김백봉부채춤을 비롯한 김백봉 선생님의 아카이브가 중요하다. 김백봉무용박물관 건립이 필요하다”며 “세계 무대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부채춤이 멀지 않은 날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축사에서 이명우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평안남도지사는 “한국무용 발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김백봉 선생님께서 오늘 93세의 연세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것이 큰 축복”이라며 “김백봉부채춤은 민족문화의 산물이며, 한반도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역사이고 우리의 소중한 무형유산”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병주 예능보유자가 무용계 발전과 무용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수석부이사장으로 동참하는 한국무용협회의 조남규 이사장이 참석하여 축사에서 “지난가을에 치른 서울무용제가 올해로 40회였는데, 어느 때보다도 큰 성과를 이룬 대회로 전국무용예술인은 물론 시민들과 함께하는 축제가 되었다”며 “올해 서울무용제 운영위원장을 맡아 주신 안병주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저와 안병주 수석부이사장님, 전순희 부이사장님(서경대 무용예술학과 교수)이 함께 무용협회 임원으로 활동한 노력이 서울무용제 폐막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님의 축사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님은 무용예술 활성화를 위해 100명의 청년무용인 뉴딜일자리 창출과 현장무용가들의 공공임대아파트 제공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주셨는데, 이것은 모두 안병주 수석부이사장님의 진심 어린 노력의 결실이자 진정성의 실현이었다”고 감사함을 밝혔다.

이어 “김백봉 선생님께서 창안한 ‘화관무’도 이제 우리 무용예술의 역사가 됐다. 그래서 지속해서 보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그 무형유산적 가치를 잘 계승하기 위해 앞으로 많은 연구와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여러 문화계 인사가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이병옥 이북5도위원회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경임순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채향순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교수, 최현주 상명대 공연영상문화예술학부 교수, 양선희 세종대 명예교수, 최해리 한국춤문화자료원 이사장, 정승혜 골든캣츠 대표, 전준산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사무관, 김선영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전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장철 한화 차장(서울세계불꽃축제·부산불꽃축제), 이호준 의상디자이너(미스터리), 구유진 무대분장디자이너(SF메이크업), 김태완 음악감독, 민천홍 의상디자이너를 비롯하여 많은 문화관계자와 현장예술인이 참석했다.

공식행사에 이어 진행된 토크콘서트는 예술·축제 분야 전문사회자인 공주빈 MC의 진행으로 안병주 예능보유자가 어머니인 ‘김백봉 선생님의 춤과 인생’, ‘나와 부채춤’에 대한 이야기를 대담했다.

한편 이날 한정판으로 출간된 김백봉부채춤의 무보집이 참석자들에게 기념품으로 증정됐다. 김백봉부채춤의 예술관, 창작배경과 발달, 군무의 형식체계와 무보로 구성된 책이다. 안병주 예능보유자가 직접 저술한 ‘김백봉부채춤(안병주)’은 도서출판 상상(정가 3만8000원)이 발간했으며, 교보문고 등 전국 서점에 향후 보급될 예정이다. 특히 조선시대의 의궤(儀軌)처럼 김백봉부채춤의 원형을 춤사위 사진, 도해와 함께 해설을 표준화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이 쏠렸다.

김백봉부채춤보존회는 현재 16명의 이수자를 배출하였고, 전국의 많은 무용예술인이 보존회에서 전수 교육을 하고 있다. 보존회와 함께 안병주 춤·이음무용단은 지난해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여인의 단아함을 흥겨운 장고 가락과 함께 역동적인 춤사위로 하늘, 땅, 물, 불을 상징하는 4괘와 태극문양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시애틀에서 열린 2019 미주체전 등 국제적인 규모의 대형행사에 참여하여 대한민국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만방에 알리고 있다.

안병주 예능보유자는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섬세한 맵시와 유연한 품세(品勢) 그리고 생기를 잃지 않는 생명력이 김백봉부채춤의 본(本)”이라며 “부채의 움직임은 춤추는 사람의 혼을 담은 혈류와도 같아서 마치 심장의 연장선처럼 이어지고 견고한 발디딤새는 끓어오르는 감정과 호흡을 고스란히 담아 춤추는 부채의 기품과 격조를 지켜간다”고 말했다.

이어 “춤은 출수록, 또 전승해 갈수록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철저한 사명감이 마음속 깊이 굳건해져 갔다”며 “이러한 마음을 앞으로도 많은 무용예술인, 관객과 나누고, 세계 속에 한국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전통플랫폼 헤리스타’는 김백봉부채춤의 홍보를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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