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부담금 폐지하라!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처

김갑재 기자 | 기사입력 2020/01/10 [15:47]

본인부담금 폐지하라!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처

김갑재 기자 | 입력 : 2020/01/10 [15:47]

국가에 얹혀사는 존재로 살기 싫습니다. 당연한 권리로 서비스받고 싶습니다. 활동지원서비스는 우리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차가운 영하의 날씨에도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이하 활동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본인부담금(이하 자부담)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울 중심에서 거세게 울려 퍼졌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한자협)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재 나라키움저동빌딩 앞에서 활동서비스 자부담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자협을 비롯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소속 100여 명의 회원이 함께 참여하여 활동서비스 자부담 인상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즉시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 식비, 교통비보다 많은 활동서비스 자부담...“월 4만원에서 시작해 연 500만원 내는 상황”

 

장애인 활동서비스는 지난 2007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의 시범사업을 거쳐 2011년 법률로 제정되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활동서비스는 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자립 생활을 지원하고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마련된 제도로, 그동안 장애인 투쟁의 대표적인 결과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이어졌다. 활동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비용(자부담)을 지불해야 했다. 중증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건강한 자립 생활 구축을 위해서는 복지부에 돈을 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자부담은 법에 따라 지원받는 서비스 급여액의 최대 15%를 규정하여 상한액을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액의 5%로 정했다. 하지만 허점이 있다. 15% 상한은 활동서비스 기본급여에만 해당할 뿐, 추가급여는 상한액이 해당되지 않는다. 상한액 없이 계속 늘어날 수 있게 되어있다. 결국 실질적 상한액이 없는 상황.

 

문제는 더 있다. 활동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개인이 혼자 사는 독립된 세대가 아닌 부모나 형제, 자매가 함께 살 경우 가구소득이 산정된다. 이렇게 되면 정작 장애인 당사자의 소득이 0원이라도 함께 사는 가구 구성원의 소득에 따라 자부담이 산정되고 있다.

 

활동서비스 자부담 문제는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자부담이 급여량에 따라 결정되어, 급여량 증가 없이 서비스 단가만 인상되어도 자부담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실제 2009년까지 상한액이 최대 4만원에 불과했으나 2010년 월 8만원, 2011년 월 11만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9만400원에 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준우 소장은 “처음 4만원이 올해 36만2천원까지 올랐다”며 “예산을 올리라고 했더니 자부담을 늘린 복지부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활동서비스가 권리로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 활동서비스 자부담은 인권 침해 “더는 국가에 얹혀사는 존재가 되기 싫다”

 

장애인 단체들은 활동서비스의 자부담은 장애인 당사자의 심각한 인권 침해행위라고 지적하며 지난해 3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집단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아직까지 정책 권고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며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복지부는 서비스 종합판정표를 도입해 활동서비스 급여산정 방식을 기존 기본급여와 추가급여를 더한 액수에서 단일급여 종합점수 체계로 변경했다.

 

그러나 단일급여의 총액으로만 공지할 뿐 이용자 본인 가구 중위소득이나 평균구간 해당 기준 등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최근 자부담 부과기준 단일화 조치로 인해 문자로 자부담 금액을 공지를 했다가 단일화 조치 잠정보류로 다시 문자로 공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처음 공지된 금액과 다시 공지한 금액이 상당한 차이를 보여서 활동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상당한 혼란에 빠졌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더 이상 주먹구구식의 복지부 대처에 참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상희 활동가는 “나이가 많아 질수록 필요한 것이 많아지지만 국가는 외면해간다”며 “우리는 국민이 아니라 얹혀사는 사람같다”며 울먹였다.

 

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종옥 지부장은 “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아까워서 주기 싫은데 억지로 주는 것처럼 서비스를 제공해 장애인에게 모멸감을 준다”며 “품위있게 정돈된 정책을 세운 후에 장애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활동서비스 자부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확인됐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부가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하며 “돈을 내야 국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지난해 3월 인권위에 제출한 자부담에 대한 진정이 조속히 처리되어 자부담 없이 마음껏 활동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복지부 “문자발송 단순 실수... 물가 인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

 

복지부도 즉각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문자 오류에 대해 복지부는 “올해 장애인 활동서비스 자부담을 문자 메시지로 안내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상자에게 시스템상 오류로 잘못된 금액이 안내되었다”며 “해당 대상자에게는 지난 2일 수정된 금액을 다시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또 활동서비스 자부담 인상에 대해서도 “활동지원사 급여인상, 물가 인상률 등을 고려한 시간당 단가가 1만2천960원에서 1만3천500원까지 인상됨에 따라 일부 인상됐다”며 “다만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전액 면제되고 있으며, 일정 소득이 있는 경우에만 자부담이 발생하고, 이 경우 부담액에 상한 기준을 두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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