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속도와 방향

틀에 갇혀있는 정책

박의동편집위원 | 기사입력 2020/12/28 [12:01]

교육의 속도와 방향

틀에 갇혀있는 정책

박의동편집위원 | 입력 : 2020/12/28 [12:01]

 930년 대에 발견된 이후 감기 증상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의 명칭은 라틴어 왕관(corona)을 의미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2002년 사스(SARS, 중증 호흡기 증후군), 2012년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로 위력을 떨치더니 더 센 놈으로 진화하여 온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코로나19(WHO 공식명칭 COVID-19)는 감염자 첫 발견 이후 1년만에 사망자 175만 명(8천만 명 감염)에 이르고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류는 큰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인간의 삶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교육 등 영화, 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비대면 언택트문화가 현실 생활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교육현장도 팬데믹(감염병 세계 대유행)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IT강국답게 컴퓨터와 인터넷의 높은 보급률은 돌발 상황에서 등교 정지 후 온라인학습으로 전환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전천후 세계 최강 대학이라 자부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EBS인터넷 강좌의 축적된 경험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빼어난 기술적 요소는 학생들의 학습욕구,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과 결합하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러나 학생들의 장기간 온라인교육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출생률 급감, 잦은 교육제도 변경, 중도탈락생 증가, 학교폭력, 학력격차의 심화 등으로 교육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비대면교육의 확대라는 요소가 추가된 것이다. 2019학년도 겨울방학을 맞으면서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생들은 친구나 선생님의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고, 등교일이 연간 법정 수업일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년을 보냈다. 이러한 상태가 언제쯤 개선 혹은 종료될 수 있을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교육환경에서 성장한 학생들, 특히 감수성 예민한 초중등학생들의 사고나 행동양식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크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2010, 교육부는 우리나라 미래교육을 위한 10대 정책과제 시안을 발표하면서 교육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므로 코로나19 상황을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삼아 미래교육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상은 우리나라 교육 위기의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개인이나 국가 혹은 교육도 위기를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혁신이라는 구호아래 얼마나 많은 속도전이 교육현장에서 강요되었는지를 학생, 교사, 학부모들은 보아왔다. 개혁이라는 또 하나의 틀에 갇힌 현 정부의 각종 정책과 집행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길을 아는 것은 쉽지만 온전히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은 어렵다.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교육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함을 깨닫고 그 길로 나아가는 용기와 지혜를 갖추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지도자라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뚜벅뚜벅 우직하게 걸어가는 소의 모습을 닮는 2021년 한 해이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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