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변화 반영한 가족법

패륜행위자 배제

오의교 기자 | 기사입력 2024/05/24 [11:26]

시대변화 반영한 가족법

패륜행위자 배제

오의교 기자 | 입력 : 2024/05/24 [11:26]

유기, 학대 등 의무의 위반자를 상속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다.

 

민법이하 법명 생략은 피상속인 被相續人이 생전에 증여를 하였거나 유증 遺贈을 하였어도 상 속재산 가운데 일정 부분은 상속인에게 남기게 하며, 상속재산 중 상속인에게 남겨져야 하는 최소한 의 몫을 유류분 遺留分이라 한다. 유류분제도는 대륙법계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가家의 계승 또는 가산 家産 의 유지를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형성되어 왔다. 우리나라에는 여권 女權 신장을 주요 개 정이유로 하였던 1977년 민법 개정 시 제 1112조 내지 제1118조가 신설되어 도입된 후 지 금까지 개정 없이 유지되었다. 유류분제도는 권리자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사람에게서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게 하여 피상속인 및 수증자·수유자의 권리를 제약한다. 종래 유류분제도는 가산 관념·가족의 기여에 대한 청산·가족 부양 및 가족적 연대 유지 등을 이유로 정당화되었다. 다만 사회가 변화하고 가족의 모습과 관념이 달라짐에 따라 오늘날에도 이러한 제약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현행 제도가 입법목적 달성에 적정한지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2024. 4. 25. 선고 한 2020헌가 4등 결정 이하 ‘이 사건 결정’에서 유 류분제도를 정한 7개 조 條 가운데 2개 조에 대하 여 단순위헌 및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이는 유 류분제도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유류분제도를 구 성하는 각 조항의 합헌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시 한 최초의 결정이나, 지면의 한계로 아래에서는 위헌성이 인정된 규정을 중심으로 결정의 주요 내용 및 향후 입법적 개선이 필요한 과제를 검토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유류분제도가 피상속인의 자유로운 재산처분 및 유류분반환청구 상대방의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보아 기본권 가운데 재산권 을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현행 유류분제도 가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및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데에 취지가 있고 가족의 연대가 종국적으로 단절 되는 것을 저지하는 기능을 갖는다고 파악하였다. 또한 가족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상속인들이 유류분을 통하여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류분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균등상속에 대한 기대를 실현하는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유류분제도의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긍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다양한 사례에 맞추어 유류분권 리자와 각 유류분을 적정하게 정하는 입법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이 개별적으로 정하게 하는 것은 심리지연과 재판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제1112조가 유류분권리자와 각 유류분을 획일적으로 정한 것 은 합리성이 있다고 보았다. 단, 피상속인을 장기 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 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하므로 제 1112조에 유류분상실사유를 정하지 않은 것은 불 합리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로 인하여 피상속인 및증여·유증을 받은 자가 받는 재산권 침해가 제도 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더욱 중대하고 심각하여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또는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으므로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에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고, 독일·오스트리아· 일본 등 타 입법례에서도 유류분권리자에서 형제 자매를 제외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유류분권 을 부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로 인하여 피상속인과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받 는 재산권의 침해가 이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 보다 더 중대하고 심각하여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제1118조 준용규정는 상속 관련 일부 규정을 유류분에 준용한다. 제1008조의 2기여분는 공동 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 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는데, 이는 유류분에 준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피상속인을 장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 해당 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므로 기여 있는 상속인이 기여 없는 상속인의 유류분반환청구에 응하여 증여재산을 반환하여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하여 피상속인과 수증자 또는 수유자가 받는 재산권 침해가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더 중대하고 심각하여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인정한 세 부분 중 형제 자매의 유류분 규정 제1112조제4호은 단순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하였고, 기여분 규정을 준용하지 않는 것 제1118조가 1008조의2를 준용하지 않는 것은 제1118조 준용대상에 제1008조의2를 추가하면 시정될 수 있다.

다만 유류분상실사유를 별도로 두지 않은 것 제1112조은 입법 방안 마련 에 여러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자녀가 요절한 경우 부양을 외면한 부모가 그 자녀의 재산 또는 자녀의 사망으로 인한 보상금 등을 상속인 자격으로 얻는 것에 대하여, 불의의 사망으로 미처 뜻을 표시하지 못한 자녀의 추정적 의사나 정의관념 및 법감정상 부양의무를 외면한 부모의 상속인 자격 인정이 매우 부당하다는 여론 이 높아 관련 논의와 입법시도가 계속되었다. 민법상 유류분권자는 상속인이어야 하므로 부양의무 해태 懈怠 등을 상속배제 사유로 할 경우유류분도 상실하며, 앞선 연구에서도 부양의무를 해태한 사람에 대한 상속배제 문제와 유류분 박탈 문제는 함께 논의되어 왔다. 따라서 종래 논의를 반영한 해결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관련 법률안은 제18대국회부터 발의되었는데, 제20대국회에서 이른바 ‘구하라법’ 관련 법안이 제안되었고, 제21대 국회에서도 다수 법안이 제출 되었으나 입법으로 연결되지는 못하였다. 부양 의무 등을 해태한 상속인을 상속에서 배제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견해는 찾기 어려우나, 법적 구성 에 대하여 크게 상속권상실선고제도 도입을 지지 하는 견해와 상속결격사유 확대를 주장하는 견해 가 대립한다. 제21대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2110864에는 상속권상실선고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였다. 이 에 대해 앞선 논의의 연장선에서 제도 도입 자체에 반대하는 견해와, 도입에 찬성하면서 일부 규정에 대하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재판관 4인은 공동상속인 아닌 제3자가 유류 분권리자가 손해를 입을 것을 알고 증여받은 경우 기간 제한 없이 모두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게 한 것 제1114조 후문과, 공동상속인이 피 상속인에게 특별수익으로 증여를 받은 경우 그 시 기를 불문하고 해당 증여를 모두 유류분 산정의 기 초재산에 산입하는것 제1118조에서 제1008조를 준용하는 부분 또한 위헌이라고 보았다. 유류분액을 산정하는 경우 반환의무자가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를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하므로 물가상승·부동산 시가상승 등에 따라 증여 당시 재산의 가액보다 훨씬 많은 가액을 반환하여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수십 년 전의 증여도 실질적인 효과가 부인되어, 제3자의 이익과 법적 안정성을 희생시켜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이 및 상황, 피상속인 부양 및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를 이유로 배우자가 직계비속보다 더욱 보호받아야 하므로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 을 동일하게 규정하는부분 제1112조 제1호및 제2호 또한 위헌이라는 재판관 2인의 별개의견이 있었다. 이들은 위헌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제1113조제1항21에서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증여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도록 하는 것이 공익단체에의 증여나 가업승계 목적 증여도 유류분반환 대상이 되도록 하여 피상속인 의 정당한 의사에 정면으로 반하고 공익에도 반하 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제1115조제1항은 유류분반환시 원물반환 原物返還을 원칙으로 하 여 반환청구 대상이 부동산인 경우 복잡한 법률관 계를 발생시키고 당사자 사이 다툼이 심해지는 등 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아, 보충의견으로 입법개선을 촉구하였다. 이와 같은 의견들은 법정의견은 아니지만 현행 제도의 한계에 대한 의미 있는 지적으로 이를 향후 입법개선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다른 입법례들이 상세 규정을 두는 것과 원물반환 원칙을 택하던 국가들도 가액반환으로 전환하는 추세를 참고할 수 있으며, 공익목적 증여에 대하여는 반환을 제한 하는 입법례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현행법상 관련 규정이 7개에 불과하여 판례의 해석론에 의존하고 있고, 문제점이 계속 논의되어 왔지만 입법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하였다. 사법적 해석을 기다리기 전에 국회가 시대변화를 반영하 여 제도개선을 선도할 것이 요청된다. 시대에 맞게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제도 정비가 필요할 것이며, 나아가 유기나 학대 등 의무위반자를 상속에서 배제 하는 것 외에도 그에 대한 부양의무를 제한하거나 소멸시키는 방안 도입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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