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수업시간 늘리지 말라 !

welvoter | 기사입력 2008/12/27 [13:43]

영어수업시간 늘리지 말라 !

welvoter | 입력 : 2008/12/27 [13:43]

정책추진, 조급해선 안된다


교육전반에서 언어교육과 외국어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적절한지 깊은 연구가 행해진 후 영어수업이 실시되어야 한다.


 


 2008년 12월 18일 교과부 영어교육 강화팀은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간을 3학년에서 6학년까지 각 1시간씩 늘리고, 부족한 교사를 보충하기 위하여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채용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대한민국의 교육 역사에 오점을 남긴 것이다.


 


 1997년 초등학교에 정식으로 영어 교과가 도입될 당시부터 전교조는 초등학교에서의 영어 교과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일관된 원칙으로 확인하여 왔다.


 그러나 교과부는 졸속적인 단기간의 연구를 통하여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야 말았다. 이 정책의 책임 연구자(서울교대 ○○○교수)마저 ‘교육의 특성상 5년 내의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려고 하는 단기적 목표를 버리고, 10∼15년 이후에 나타날 긍정적인 효과를 목표로 삼고 계획하고 실행하여야 할 것이다.’라면서 조급성을 갖지 말고 정책을 추진할 것을 주문하였었다.


 


 이에 전교조는 이후 교과부가 주장해 온 사교육비 경감이나 도농간의 영어교육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이 정책을 추진해 온 영어교육강화팀은 역사 앞에 책임져야 할 것임을 엄중히 밝힘과 동시에 다음과 같이 교과부의 초등영어 수업시수 확대 정책에 대하여 입장을 밝힌다.



 


1. 사교육비 경감 문제에 대하여


 


 초등영어 수업시수 확대를 연구한 시범학교에서 조차 학부모들은 수업시수가 늘어 나면 사교육비가 더 늘게 될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주간<교육희망>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2월 15일 발표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초등학교 영어수업시간 확대 명목으로 교과부가 내세우고 있는 ‘사교육비 절감’에 대해 61.1%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하였고, 공감 의견을 나타낸 응답자는 35.3%에 불과하였다. 국민들은 벌써 초등영어확대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영어교과목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껴 영어학원에 경쟁적으로 매달리고 단기유학과 어학연수를 보내게 되면서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인 것이다. 1997년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작과 함께 불어온 영어 사교육 열풍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또한 영어 연구학교 사교육비 비교 결과를 보면 대구 용계초는 영어수업시수를 확대한 뒤 오히려 영어 사교육이 늘어난 비율은 48.4%인 반면, 줄어든 비율은 16.7%였다.


 


2. 도농간 교육격차 해소라는 주장에 대하여


 


 학교에서 교과목의 중요도는 그 과목이 차지하는 주당 수업시수로 인식되고 있다.


교과부가 말하는 초등영어 수업시수의 증가는 여타 교과목의 수업시수를 조정하지 않고 주당 전체 수업시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영어 수업시수가 3·4학년이 주당 2시간, 5·6학년이 주당 3시간이 되는 것이다. 5·6학년에서 보면 이제 교과목의 중요도는 국, 수, 영의 순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에 학부모들의 인식은 당연히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도입되게 되어 그야말로 영어 천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어느 학부모가 영어에 대하여 더 교육시키지 않을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농산어촌의 교육격차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도농간의 교육격차가 더 커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3. 교원자격증 소지자 중 영어능통자와 시도교육감이 인정하는 자에 한해 미소지자를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채용하기로 한 문제에 대하여


 


 중등 영어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정규 교사 선발에 응시하는 경쟁 비율이 10대 1이 넘고 있는 현실이다. 우선 정규 교원으로 선발되고 남은 응시생들이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응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어떤 근거로 영어회화 능통자를 선발하여 일선 학교에 배치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그 논리가 무색할 지경이다.


 


 영어회화에 필요한 초중등 1만 명의 강사를 채용하는 것은, 영어 교육 전반에 대한 분석에 바탕을 두어야한다. 한국 영어교육의 목표, 교육과정, 그리고 학문적․실용적 측면에서 읽기, 쓰기보다 영어회화 수업을 특별히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실증적 자료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음으로 현재 한국 학생들의 영어회화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자료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학생들의 영어회화가 얼마나 부족한 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이 계획과 목표를 세울 수는 없다. 영어회화가 가능한 교사만을 투입하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는 생각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 한 것이다. 최근 10년간 임용고사를 통해 선발된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구사하는 교사들도 교육현장에서 영어로 수업하지 못하는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고려한 대책과 처방이 있어야만 우리나라에 적합한 영어 교육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4. 주5일제, 초등학생들의 신체·정신적 발달 단계와 아동 인권적 측면에 대하여


 


 교과부가 추진하는 영어수업시수 확대가 2011년 주 5일제 수업 전면 도입 시기와 맞물리면서 정책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초등학교 3~4학년은 주 1회, 5~6학년은 주 2회에 걸쳐 7교시까지 수업을 받아야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7교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울지역 29개 초등학교 교사 1053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설문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3%가 영어시수 확대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반대 이유로(복수 응답) 아동의 지나친 학습 부담(72%)과 이로 인한 학습 효과 저하(46%)를 들었다.


 


우리 나라의 언어 교육 상황에서 단순히 수업시수만 늘인다고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초등에서 영어교과를 개설하지 않고 있으며 오스트리아나 프랑스 등 국가에서는 주 1시간 혹은 1.5시간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지나친 학습 스트레스는 소아우울증 뿐만 아니라


 


 이미 학업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초등학생의 자살률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습 고통으로 신음하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눈에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5. 교과부의 안일한 장기전망에 대하여


 


 학교에서 한 과목의 주당수업시수를 늘이거나 줄이는 것은 다른 교과와의 연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에 집중해야 할 초등학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다른 교과목의 수업시수 경감없이 주당 수업시수가 늘게 되어 아이들은 더욱 심한 학습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것이다. 또한 도농간의 교육격차 또한 더 커질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였다.


 


 초등학교의 영어수업시수 확대는 앞으로 생기게 될 국제중학교 입시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과 맞물려 엄청난 영어 사교육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학부모의 과도한 교육열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에 대하여 교과부는 앞으로 명확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과부에 바란다.


우리는 교육전반에서 언어교육과 외국어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적절한지 깊은 연구가 이루어져 국민적 합의를 구하면서 국어교육과 외국어교육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전교조는 적극 참여하여 국민적 합의를 확보하면서 올바른 언어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출처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사작성 : 장애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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