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관광

| 기사입력 2017/06/12 [12:44]

지속가능한 관광

| 입력 : 2017/06/12 [12:44]

 뉴질랜드 고유 생물종 ‘후이아’는 독특한 꼬리깃털과 암컷의 기다란 부리가 아름다운 새이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신성한 의식을 거행할 때 족장의 머리에 후이아의 꽁지깃을 장식하던 풍습이 있었던 만큼 특별한 동물로 대접받았다.

그러나 19세기 뉴질랜드에 도착한 박물학자들은 후이아의 매력적인 외양에 빠져 이를 마구잡이로 채집하기에 바빴고 이후 후이아의 깃털을 모자에 장식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게 되면서 무분별한 남획 등의 이유로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해 결국 1907년에 멸종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상에는 약 1300만 종의 생물종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데 이 중 매일 70종의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50년 후에는 생물종의 25%가 멸종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도 이러한 비극의 예외일 수는 없어서 현재 가시고기, 따오기, 수달 등 멸종위기종로 정해진 생물만 해도 246종에 다다른다. 생물다양성의 보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생태계의 건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환경부는 사라져가는 우리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으로, 지구환경의 심각성과 생물다양성의 소중함을 국민과 나누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달 22일에는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에서 환경부 주최로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한 관광’이라는 주제로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생물다양성이 잘 보전된 습지와 우리나라 대표 생태관광지역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환경부의 생물다양성 증진 정책을 쉽고 재미있게 알아볼 수 있는 부스도 운영된다. 

5월 한달 간 생태관광 주간, 철새탐조 주간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관광’의 의미도 짚어본다. 자연자원의 대량 소비에 포커스를 맞춰 생태계의 심한 훼손을 불러일으켰던 기존의 관광을 뒤로 하고 생태계를 보전하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의 자연 체험에 중심을 두는 지속가능한 관광이 새로운 관광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 후이아가 멸종되지 않았다면 그 곳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무대뿐만 아니라 생생한 야생의 후이아를 직접 보고자 하는 전 세계 탐조인이 찾는 유명한 탐조관광지역으로 거듭났을는지 모른다.


생물다양성을 구성하는 수많은 생물종 가운데 풀 한 포기, 작은 새 한 마리도 그 지역을 대표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평범하고 보잘것없던 갈대가 ‘우리나라 생태관광 1번지’로 불리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것만 보아도 생물다양성이 지속가능한 관광의 원천으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생물다양성 파괴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해 나가자고 생물다양성 협약을 채택한 지 올해로 25년째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국제적 멸종위기 생물의 숫자를 보면 아직까지 우리의 노력은 역부족인 듯하다.

그러나 생물은 생태적·경제적·예술적·사회적 가치를 갖는, 대체 불가능한 인류의 자원이며 지속가능한 관광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번 생물다양성의 날을 계기로 다양한 생물이 존재할 때에 인류의 행복과 안녕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더욱 많은 이가 공감하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글   김 동구 (국립생물지원관 생물자원활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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