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치유하는 생명력

김영권 전

작은 생명들은 제각기 이상향을 좇아 끊임없이 생동하고 있었다.

 

리듬이 그리는 그림

엄청 무더웠다는 이번 여름, 작가는 정작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도 켜지 않은 채 작업에 몰두했다.

대신 작업공간을 가득 메운 음악.

산타나의 삼바, 비발디 / 바흐의 스타바트 마테르와 칸타타 그리고 낭자하게 흐르는 주현미의 메들리...뽕작 뽕작 뽕자작 짜작,......,

 또 하나는 불경. 천수경과 반야심경, 또는 새벽예불의 청아한 종성(鐘聲)까지 작업실의 공간을 두드렸다.

 그는 좁은 공간에 엎드려 주로 그림을 그렸다.

바흐의 악보를 시꺼멓게 뭉개 알아볼 수 없게 하는가 하면, DMZ라는 억압의 공간을 그렸고, 또한 검은 화면에 분자 같고 원소 같은 점을 나열하기도 했다. 그리고 거기에다 꽃을 뿌렸다.

 난청이 되어 들릴 듯 말 듯한 음악 위에 돛단배 (반야선(般若船))를 띄우고, 남과 북이 갈린 DMZ에 꽃을 뿌렸다. (이젠 꽃놀이할 때) 그리고 혼돈과 투쟁이 난무하는 사바세계에 희고 붉은 형형색색의 꽃을 배열했다.

아니, 그곳에 있는 꽃들을 발견해냈다.

 어떠한 상황에도 움츠려들지 않는 희망의 증표.

나무들은 푸르고 나비와 새는 날고 꽃은 형형색색으로 피어나 크고 작은 생명들은 제각기 이상향을 좇아 끊임없이 생동하고 있었다.

이것이 변하지 않는 우주 법계(法界)임을 꽃으로 장엄했던 것이다. 아무리 작은 꽃 한 송이어도 한 마음에서 꽃이 피어났다면 그게 바로 *화장세계였다.

 그는 만물이 소성(燒成)하는 여름을 즐겼다.

꽃을 피워낼 때마다 행복하였다.

잘 들리지 않는 귀로 음악의 리듬을 탈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이렇게 한 판의 전시회가 다시 만들어졌다.

 *화장(華藏)세계-온갖 분별과 대립이 극복된 이상향,

 곧 청정과 광명이 충만한 불국토

 

 

확산공간-산화<散花>3_Diffusion Space_Scattering Flowers 3_116.8x91cm_Mixed media on canvas_2017

 

 

확산공간-틈/터/틀

 

"경계나 경계선-,

이 선이 면이 되고, 면이 공간이 되면 제3의 공간이 열린다.

경계나 경계선은 ‘이것이냐, 저것이냐’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이것이면서도 저것일 수 있다’는 늘 새로운 발상을 열게 만든다.“

 송두율 교수 회고록 -불타는 얼음 중에서

 나의 전시작업은

우리 민족의 골 깊은 상처, 제3의 공간 DMZ

 틈(Crevice) : 분단과 대립의 상황이 심화된 틈으로서 DMZ

 터(Site) : 온갖 자연의 생명체가 공생하는 평화의 터로서 DMZ

 틀(Matrix) : 우리 민족과 인류가 끌어안아야 할 새로운 꽃이 만발한 어머니 자궁같은 틀로서 DMZ

 

이런 형상성을 통하여 평화의 꽃을 피워 올리고자 하는 염원으로 이 작업이 내내 이루어졌다.

적게나마 이 전시회를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다시 한 번 떠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작가노트

 

출       처   이미지

기사입력: 2017/09/11 [14:17]  최종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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