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딴짓 여로’

| 기사입력 2018/06/23 [22:46]

산문집 ‘딴짓 여로’

| 입력 : 2018/06/23 [22:46]

전북 무주우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황현중 씨(시인·평론가)가 첫 산문집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황현중 국장의 첫 산문집 ‘딴짓 여로’는 막막하고 느꺼운 삶의 길 위에서 발견한 사소한 일과 생각을 총 76편(4부)의 소박하면서도 서정성 강한 미문(美文)으로 담아냈다. 시인 특유의 따뜻한 사유와 진솔한 인간미가 돋보이는 저자의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매력적인 언어로 승화시켜 경쟁과 자본의 논리에 함몰된 현대인에게 순수하고 맑은 서정을 다시 되돌려 주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1부 ‘내 마음의 안쪽’은 일탈과 방황의 여정, 불행한 가족사와 가난의 비극, 건강 문제로 인한 고통을 극복하고 보다 성숙한 자아를 찾아가는 한 중년 사내의 지난한 몸부림을 감수성 높은 필체로 다루고 있으며 2부 ‘시간의 여울목’은 짧지 않은 생애 동안의 잊지 못할 추억과 인연들을 통해 삶을 재조명하고 성찰하는 글들로 채웠다. 3부 ‘더불어 착한 세상’은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정치·사회·문화에 대한 비판과 낮은 곳과 가난한 자의 슬픔 속에 머물고자 하는 저자의 올곧고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4부 ‘詩네마 느낌표’는 낮고 깊은 곳에서 삶과 사랑을 찾는 격조 높은 시와 영화 감상평을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차복순 명창(전라북도국악원 창극단 지도위원)은 추천하는 글에서 “그는 지금 보랏빛 우체부가 되어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과 생선 장수 어머니에게, 평생을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살아온 아내에게, 우리 모두의 허허로운 삶의 영역에 훈훈한 꽃잎을 배달하고 있다”고 밝히며 저자의 인간다운 삶과 보헤미안적 서정성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황현중 국장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한국시사문단을 통해 시와 평론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사문단가협회 회원, 한국시사문단 신인상 심사위원, 북한강문학제 추진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제6회 북한강문학상과 제9회 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조용히 웃는다(2015. 그림과 책)’, ‘너를 흔드는 파문이 좋은거야(2016. 그림과 책)’ 등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전북체신 25년사’와 ‘행사·의전 뱅크’ 를 저술했다.

◇‘딴짓 여로’ 중 일부

잠들었던 온몸의 세포가 다시 기지개를 켠다. 나 홀로 녹색 잔디 구장에서 이리저리 공을 굴리다가 골키퍼 없는 골문에 힘껏 공을 차 넣고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시야 가득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해방감이나 일탈 감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무성한 숲 속의 오솔길을 지나 호젓한 벤치의 그늘에 앉아 즐기는 잠깐의 여유나 졸음에 겨운 쓸모없는 사색마저도 가슴을 들뜨게 한다(중략).
머릿속에 가득 벌과 나비들이 날아들고 이마에 땀이 흐른다. 허리를 펴고 하늘을 바라본다. 검은 초승달을 온몸에 새긴 호랑지빠귀 한 무리가 덤불 속에서 날아오른다. 저 멀리 하늘은 높고 푸르다. 밭고랑을 나오듯 행간에서 빠져나와 조용히 펜을 놓으면, 어디선가 건듯건듯 바람이 불어오고 찔레꽃 향기가 코끝을 타고 흐르는 듯 아득한 이 느낌!(중략)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머릿속은 아이들이 뛰놀다가 돌아간 저물녘의 공터처럼 한가롭다. 적막하다. 거기에 노을이 물들고 비둘기 몇 마리 날아들면 내 생애의 평화로운 한 폭의 풍경화가 완성되리라.

◇추천하는 글 중 일부(소리꾼 차복순)

황현중 시인의 산문집 ‘딴짓 여로’는 추억 속의 아픔, 침묵의 시간과 그늘, 온건한 풍류와 기상이 넘치는 매력적인 문장들로 가득하다. 기나긴 어둠을 뚫고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한 중년 사내의 지난한 몸부림이 가슴 깊은 곳을 찌르고 또 찌른다.
시인 황현중은 보헤미안을 닮았다. 그의 곁에는 늘 일탈과 방황이 꿈틀거린다. 잡초로 꽃으로 나무로 숲으로 음악으로 현현하여 다양하고 웅숭깊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항상 낮은 곳과 가난한 자의 슬픔 속에 머물기를 소망한다. 그는 또 가족사의 아픔, 가난의 비극, 굴욕의 시간, 건강 문제로 인한 고통 속에서도 감미로운 ‘딴짓 여로’의 서정을 꿈꾸고 있다.

소나무 아래에서 생선 장수 어머니를 기다리던 여리고 맑은 영혼만큼이나 그의 시선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모든 것들은 눈물을 부른다. 그는 우체국 사람이면서도 우체국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하여 그는 지금 보랏빛 우체부가 되어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과 생선 장수 어머니에게 헤프게 던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의 대가로 평생을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살아온 아내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의 허허로운 삶의 영역에 훈훈한 꽃잎을 배달하고 있다.
일상적이고 하찮은 곳에서, 낮고 깊은 곳에서 삶과 사랑을 찾는 격조 높은 그의 문장이 나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그의 인간다운 삶과 글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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