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예술, 장르별 지원안

새로운 영역의 예술

예술은 장애인에게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세계를 제공할 수 있다.

장애인이 예술가로 활동하거나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 것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당시의 장애인은 '장애인의 예술'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예술활동을 하는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그렇지만 20세기에 이르러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특정한 사회적 범주로 묶으려는 시선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활동도 구분되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와 재활에서 장애인의 예술활동을 활성화하는 영역은 '예술치료'이며 미술분야에서 장애인의 예술활동에 주목하는 것은 '새로운 영역의 예술`이다. 장애인의 예술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정신장애인들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정신장애인이 그린 그림은 광기를 나타내기 때문에 그들의 그림은 광기 증상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관찰되었다.

 

광기를 나타내는 정신장애인의 예술활동이 새로운 영역의 예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광기와 정신작용에 나타나는 순수성이나 진정성 등을 인정하는 인식론적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며,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기존의 예술을 비판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들의 예술작품은 기존의 예술적 문화에 오염되지 않았고 모방이 없다. 그것은 생생하며 원초적이고 창조성이 돋보인다. 장애인의 예술활동은 예술치료라는 제도 속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예술치료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미국에서 최초로 임상에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예술치료 관련 전문 교육기관이 설립되면서 전문가들이 장애인과 정신적 외상이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 예술치료는 환자들을 교정하려는 노력 때문에 환자들의 독창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과 환자들을 규격화된 삶에 적응하게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예술운동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예술활동이 단순한 치료활동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경계한다.

 

장애를 바라보는 세가지 관점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는 가는 장애인의 실제 환경을 규정하고 있는 정책과 제도의 논리이며 장애인 예술운동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첫번째 관점은 '의료적 모델`이다. 이것은 장애인을 대하는 기존의 정책과 제도가 채택해 왔던 논리이다. 의료적 모델은 장애인을 무엇인가 치료할 것이 있는 비정상적인 객체로 보며, 의사와 재활전문가 등의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이 겪는 문제는 사회적이거나 구조적인 측면보다 어쩔 수 없는 개인적 비극으로 단정한다. 장애인은 자신의 비극과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재활치료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활의 주체는 장애인이 아니라 의사와 재활전문가라는 것이다.

이 모델은 장애인시설과 보호시설의 설립, 의료중심적 제도 수립 과정에서 형성되었는데 오늘날의 장애인정책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었다.

 

두번째 모델은 '사회적 모델`이다. 장애는 단순히 육체적인 손상이나 결여가 아니라 사회가 차별해서 발생하는 모순이라는 인식이다.

사회적 모델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개개인의 무능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행한 차별과 불평등을 사회가 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모델에서 주체는 장애인 본인과 본인들의 집합적 결속이며 장애인이 중심이 되어 장애인의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모델에 기반을 둔 장애인들의 정치적 활동에 따라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고 제도권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의료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은 상이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정상성`을 당연시하는 기존사회에 장애인을 귀속시키는 공통점이 있다.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의료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등장한 것이 '몸의 모델`이다. 몸의 모델은 장애가 지닌 신체적 차이와 그로 인한 차이의 정체성을 인정한다. 신체적 차이를 지닌 몸의 경험을 통해 기존사회의 정상성에 대해 비판하면서 새로운 주체성과 소통의 방식을 문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 문화예술 운동 

 

'차이`라는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하는 것이 소수자 문화운동의 출발점이다. 소수자에게 다수자 중심의 표준을 강요하거나 통합시키지 않고 그들의 잠재력과 특이성을 중심으로 창조력을 지닌 존재로 특정화하려는 시도가 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게는 없는 무엇인가 신비한 능력이나 탁월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장애인의 처지에서 차이를 주장하는 것이 장애문화 운동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소수집단의 권리운동은 소수집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수집단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하는 자신의 문제라는 인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즉, 소수자 운동이 소수자의 인권, 권익보호와 차별배제 등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수자 운동을 통해 사회 전체를 재인식하게 만드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다. 문제가 있는 장애인이나 소수자가 사회의 기준과 정상성에 맞추어 표준화 혹은 규범화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혹은 소수자의 관점에서 사회를 재평가하고 재인식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장애인이 지닌 차이가 사회적으로 인정되며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획일화되어 있는 사회에 대해 반성하고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새로운 사회질서를 창조하는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된 것이다. 과거 장애인운동이 접근권, 법률과 제도, 생존권의 문제에 촛점이 맞추어졌지만 오늘날의 운동은 정체성의 표현과 차이의 문제를 고려하는 문화중심적인 것이다. 장애를 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정체성의 문제이자 사회적 관계에 둘러싸인 문제임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애인의 예술운동과 예술활동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의 예술운동과 예술활동이 장애인의 집합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대안문화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에인을 인간 그 자체로 바라보는데 문화예술이 도움이 되며 예술이 제공하는 경험을 통해 사회는 장애인의 삶이 어떠한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장애문화 운동에서 차이를 강조하는 장애인들은 장애인은 건강한 사람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차이가 있는 자신의 신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기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예술은 주류의 실천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다른 목소리를 드러나게 하고 만남과 관계를 통해서 주체성을 만들어가는 실천적 과정이다. 소수가 소수의 삶을 긍정하고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고 나아가 사회를 재구성하는 주체로 형성될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 기존사회의 구조 속에서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미지가 형성되지 못한 현실을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장애가 지닌 결여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지않고 다름으로 설정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할 수 있는 예술표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주체적인 예술활동과 이미지 창조가 필요하다.

 

장애는 다른 지각세계, 다른 생활세계를 만드는 가능성의 영역이다. 시각장애인이나 색맹인 사람은 자신의 신체적 환경에 맞추어 다른 감수성을 개발한다. 그것은 별난 능력이라기보다 신체조건에 적응해 자신의 생활세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들은 결여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현상을 경험하는 다른 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장애예술 운동은 장애인의 문화향유 기회확대라는 목표 뿐만 아니라 장애가 사회를 바꾸는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잠재성과 가능성에 대해 창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예술운동인 것이다.

 

문화예술 향유와 장애인

 

장애인 문화권은 장애인들이 문화예술 활동에 있어 어떤 제약이나 차별 없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는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문화예술 창조자 혹은 생산자로서의 문화권이다. 이것은 문화향유의 적극적, 직접적인 권리라고 하겠다. 둘째는 문화의 소비자로서의 문화권이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이 어느 정도 문화의 향유에 관련되어 있는가라는 소극적, 간접적인 권리이다. 장애문화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은 저조하다.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은 집 안에서 소외되어 텔레비전 시청이나 컴퓨터 작동에 얽매어있는 형편이고 장애인 스스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공연, 전시 등 관람하는 문화활동에서도 영화관람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의 생산자 아니면 소비자로서의 장애인의 권리는 사회의 온정적인 배려에 좌우될 사안이 아니라 법률이라는 제도적 장치로 보장되어야 한다.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사회의 반응을 단계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자선으로서의 예술이다. 장애인의 예술작품이 비장애인과 견줄만하게 표현된 것에 대한 놀라움을 느끼면서 작품활동과 발표 기회를 제공하는 단계이다.

2단계는 독특한 예술이다. 다른 사람에게 없는 표현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단계이다.

3단계는 특별한 예술이다.기존의 예술활동에 비해 손색없는 새로운 가치가 존재하는 에술활동임을 인정하는 단계이다.

4단계는 모든 사람들의 예술이다.   중증장애인의 예술, 문화활동이 다른 예술 활동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널리 전파하는 단계이다.

장애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인과 장애예술인에 대한 대중의 관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바뀐다는 것은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도 문화의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장애인이 문화의 주체가 되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사회에 확산되는 것이다.

 

장애문화는 운동의 측면에서 두 단계를 거친다.

첫번째 단계는 동정의 대상이라는 장애인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두번째 단계는 새로운 장애인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장애문화 운동은 '장애자부심`이나 '장애정체성`, '장애개성론`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장애자부심은 장애인의 신체적, 정신적, 인지적인 부분에서의 다름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인간으로 서의 위엄과 자부심을 갖는 것이며, 장애가 다양한 사람의 모습 중의 일부로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믿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다. 이는 장애에 낙인을 새기려 하는 사회에 대한 도전이며 장애에 대해 오랜동안 억압적이었던 사회가 규정한 부정적인 태도와 믿음과 느낌으로부터 장애인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장애자부심에 기반을 두고 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인들과의 집합적이고 정치적인 연합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의 개인적인 강점과 능력을 깨닫기 시작했으며 그들을 세상에 알리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격리,비정의, 그리고 차별로 특징지어지는 외부의 억압에 촛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장애인들이 독특한 생각, 행동, 믿음의 내재적 변혁을 이루어내기 시작했다. 이 변혁은 그 자체로 문학, 춤, 영화, 연극, 미술, 음악 등 독특한 표현을 갖춘 범문화적인 것이었다. 새로운 예술은 새로운 기술과 표현방식의 발견에서도 가능하지만 새로운 예술적 주체의 등장으로 또 새로운 사회적 관계의 형성으로도 가능하게 된다. 여태껏 사회짛서와 공간에서 은폐되어 있던 장애인의 목소리는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는 상상력의 원천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새로운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장식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무엇이 아니라 인간의 영원한 본성과 시공을 넘어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희망을 구할 수 있는 그러한 아름다움이다. 예술은 점차 사회를 바꾸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역할과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장애인 예술활동 분야와 지원방안 

 

1) 장애인문학 

한국장애인문인협회가 1990년 창립되먼서 장애인문학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1991년에는 장애인문학을 표방한 '섯대문학`이 창간되면서 장애인문학이 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장애인문학은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행하는 문학활동과 장애를 소재나 주제로 한 문학을 가리키는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2) 장애인미술 

미술작품의 주제가 장애인인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장애인미술은 장애를 가진 미술인들의 작품활동이라 할 수 있다. 손이 아닌 신체부위로 그림을 그리는 구필화가나 족필화가 등이 있는데 모두를 구족화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40여 명의 구족화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장애인미술의 특징은 청각장애인들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1995년 한국장애인미술협회가 설립되었는데 2018년에는 1천명 가까운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3) 장애인음악 

장애인음악은 장애인들의 작곡과 연주활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 청력이발달한 시각장애인을 중심으로 성악, 기악의 연주분야에서 장애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4) 장애인 공연예술 

최근 장애인연극 및 무용 등의 공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장애가 있다고해서 반드시 약자이고 문화예술 활동에서 비장애인에 비해 특혜가 필요하다 할 수 없지만 창작자의 상황은  다르다.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장애인의 지원은 특별해야 한다. 주어진 조건의 불리함, 출발과 과정의 불리함 등의 차이를 채워주는 것이 장애인 예술활동 지원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장애예술인 지원은 첫째 문화예술 활동에 있어서의 차별 금지, 둘째 문화활동에 필요한 정당한 편의 제공의 의무화, 세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반드시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으로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창작 작품을 쓰고 발표하는 사람을 장애인문인이라 한다. 장애인문인은 남성이 대부분이고 주된 활동분야는 시가 가장 많고 수필, 소설, 동화 등의 순서이다. 기존 문단에 진출하거나 단행본 출간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는 사람들도 있다.

 

장애인문인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문예지 발간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 소설 등을 게재하는 장애인 문예지가 발간되면 문인들의 활동공간이 확대된다. 장애인 문예지가 늘어나면 자유로운 경쟁속에서 장애인문인들의 창작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장애인문인의 대부분이 시를 쓰고 있는데 시는 중증장애인에게도 적합한 분야이다. 시집 발간을 원하는 장애인시인이 많지만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다. 그렇기에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집을 상업출판사에서 발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수한 장애인 문예지, 시집, 소설책을 일정량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매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뜻이 통하는 문인들의 동호회활동은 창작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이동이 불편해 장애인문인들의 동호회활동은 미미하다. 동인들의 작품을 모아 작품집을 만들도록 비용을 지원한다면 장애인문학의 저변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고 장애인들의 사회화와 대외활동 촉진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협력사업에서 장애인문인들의 동인지발간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장애인문인이 문학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장애학생에게 맞춤형 지도를 하는 방안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애인문인에게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문예창작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는 장애학생은 창작욕구를 메울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지역 문화재단이나 문화예술진흥원에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지역 문화재단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창작 지원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문화예술진흥원에서는 예술강사 지원 제도를 갖추어 장애인 창작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누워서 독서할 수 있는 장비 등 각종 정보통신 기자재를 마련해 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별로 그들에게 필요한 하드웨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면 편리한 하드웨어도 있다. 화면낭독 프로그램, 인쇄물 스캔 프로그램, 문서량 측정 프로그램 등이다.

 

장애인미술가들의 창작활동은 경제적 어려움, 신체이동의 어려움 그리고 장애인의 활동을 방해하는 주변 환경의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제약받고 있다. 장애인 미술활동 소그룹, 장애인 미술단체를 중심으로 1천명 가까운 장애인 미술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복지관, 미술관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 미술가도 많다. 장애인미술가들을 지원하는 것은 장애인 문화복지에서 다루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위한 장애인미술가 전용 화랑을 마련하는 일이 바람직하다. 장애인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미술작가가 되는데 그들이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열기는 어렵다. 작품전시를 통해 작품의 판매가 가능할 것이고 신진작가의 발굴도 순조로울 것이며 작가와 작품에 대한 홍보도 수월한 것이다. 작가들의 창작활동, 상설전시, 평론과 홍보, 작품판매가 이어질 수 있도록하는 종합적인 형태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장애인문화예술가 창작활동 공모사업을 통해 미술가들을 선정해서 작업공간, 도우미, 전시공간 등 하드웨어와 작품에 대한 평론과 홍보를 지원하면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에 설치하는 미술장식물 중 일정비율을 장애인의 작품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만한 사안이다.

우리나라에는 수십명의 구족화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전동이젤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수량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더 효과적인 기구를 위한 기술개발에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장애인음악가들을 위한 장애인 전용 공연장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종합공연장도 필요하지만 장애유형을 고려한 시설도 갖춰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전용 공연장은 접근성이 편리한 곳에 건립되어야 하며 장벽이 없는 조건으로 설계해야 한다. 내부 시설과 기자재도 중증장애인은 물론 시,청각 장애인을 고려해야 한다. 무대설비는 자동화해야 할 것이고 자막처리 시스템, 진동좌석, 화면해설 장치, 개별 오디오 청취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예술학교를 건립할 때 공연장도 함께 건립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공연단체가 국공립공연장을 대관할 때 대관료를 할인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공립공연장은 장애인 관람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 관람석이 마련되어 있을 경우에도 장애인 관람석을 그때 그때 늘릴 수 있도록 일정량의 관람석을 유동적으로 배치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장애인공예가, 조각가는 다른 분야의 장애인예술가보다 그 수가 적다. 수는 적지만 그들의 창작활동은 활발하다. 하지만 그들은 작업공간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다른 분야보다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그들의 작업 특성에 적합한 지원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역량강화와 문화 

 

한 사회의 문화는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그룹들이 그 그룹을 형성하는 행동방식, 습관, 삶을 해석하는 관점,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사회에서 지배적인 그룹이 다른 문화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특정한 예술형태에 자원을 집중시키면 다른 그룹의 예술은 위축되거나 억압받을 것이다. 문화와 예술은 사회의 중요한 조건인데 하위그룹의 예술표현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것은 그들이 적극적인 삶을 개발하는데 실패했거나 비인간적이고 억압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는 모든 예술형시에서 관객으로든, 창조자로든, 참여자로든 그 어떤 형태로든지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장애인이 문화예술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장애인이 주변화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장애문화의 존재나 결여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야 하며 장애인이 문화에 참여하는 정도가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성찰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알려주는 척도임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문화의 존재 혹은 부재 그리고 다수 장애인의 참여, 장애인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정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장애인은 수동적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의 역할에 대해 능동적인 개인이 된다. 장애문화가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장애인들이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장애문화가 형성되는 것이야말로 장애인의 자아성취와 역량강화의 과정인 것이다.

장애인 공동체는 수동적인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예술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도전적인 대안을 만들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창의적인 예술활동이 사회의 거울이라 한다면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가 밝고 건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보고있는 예술사회의 거울은 장애인의 모습을 왜곡시켜 놓은 것일지 모른다. 

 

시각장애인이 조각작품을 인지하고 만져볼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거나 장애인들의 의식세계를 표현하는 장애인의 예술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배제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라는 의식이 일반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며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행동에서 탈피하도록 적극성과 창의성을 자극한다. 모든 장애인들이 예술가가 되어 작품을 만들거나 연주할 수는 없지만 예술은 장애인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장애예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며 생각과 감정을 나눈는 경험은 고립되어 살아가는 것에 익숙한 장애인들에게는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루어져야 새로운 예술가들이 사회에서의 장애인의 위치에 대해 더 민감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장애의 이미지가 자선단체, 불쌍한 이야기 아니면 불굴의 인간승리 등이라면 장애인들의 예술활동은 무의미하게 된다.

 

장애인의 자신감은 장애인들이 남긴 흔적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문화적 발전은 장애인의 적극적인 삶의 기록일 뿐 아니라 현 세대가 미래의 세대에게 남기고 갈 자화상이기도 하다. 장애예술은 장애인에게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하며 비장애세계에 알려주어 소통을 늘리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예술은 주류사회의 관점을 모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예술과 새로운 문화의 발전은 다양한 장애인의 삶의 경험을 통해 장애의 삶과 경험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한다. 장애인이 예술과 문화에서 역할을 수행하면 기존의 의존이나 편견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들이 예술창조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장애문화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는 것은 장애인들이 종속된 그들의 위치에 대해 도전하는 기회인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장애인의 예술할동이 활발하다. 장애인이 예술활동을 하면서 성장하거나 인정받는 것은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가능하기 어렵다.  장애인의 예술활동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장애인도 예술을 향유하고 소통하는데 있어 비장애인과 동등한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병화 기자>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사입력: 2018/06/30 [21:55]  최종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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