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도심 바캉스

전망대의 풍광 일품

활력 넘치는 거리

 지독하게 덥다. 단 몇 분만 밖에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땀줄기에 온몸이 젖는다. 부채질과 선풍기로는 어림없다. 에어컨 빵빵한 어느 곳에 종일 몸을 맡기고 싶지만 전기료 걱정이 앞선다. 대신 탁 트인 바다로, 나무 그늘 아래 계곡으로 예년과 다를 바 없이 저마다 더위 식히기에 나선다. 여름나기에 바다도 계곡도 좋다지만, 유난히 더운 올 무더위는 조금 색다르게 잊어보는 것이 어떨까. 이른바 ‘도심 바캉스’. 시원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거리 가득한 도심 속 핫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회색빛만 존재할 법한 고층빌딩 사이로 초록빛과 푸른빛이 가득하다. 무덥던 7월의 어느 평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센트럴파크는 그렇게 이색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송도국제도시는 바다를 메워 만든 땅에 들어선 신도시로, 이곳 핵심지구인 국제업무단지 중심엔 도심공원 센트럴파크가 있다.

 

센트럴파크로 향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날은 지하철을 택했다. 주변 추천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 인근엔 공원 말고도 명소가 많다고 해서다. 추천은 옳았다. 지하철역 3번 출구 앞 거대 건축물을 시작으로 인천도시역사관, G타워, 쇼핑몰 등 무더위를 잊을 만한 공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거대 건축물의 정체는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볼’이다. 마치 호수 위로 우주선이 착륙한 듯한 외관이 특징. 대개 건축물은 아래가 넓고 위로 가면서 좁아지는데 트라이볼은 반대다. 역원뿔형 구조물이 삼각 구도로 세 개 놓였고 그 상부가 하나로 연결돼 한 개의 구조체를 이룬다. 명칭에서도 구조물의 형태를 엿볼 수 있다. 트라이볼은 세 개를 뜻하는 트리플(Triple)과 그릇을 가리키는 볼(Bowl)의 합성어다. 세 개 그릇은 하늘과 바다, 땅이 조화된 인천을 표현하는 동시에 송도·청라·영종도를 상징한다. 트라이볼이 장방형 수경 위에 떠 있는 덕분에 그 아래로 큰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그림자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그늘이 된다. 돗자리를 펴고 몸을 쉬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다. 그늘을 좇아 걷다 보면 어느새 건물 전체를 둘러보게 된다.

 

트라이볼 밑 다리를 빠져나오면 또 다른 흥미로운 광경이 시작된다. 빌딩 숲을 배경 삼아 인공수로를 가로지르는 수상택시가 바로 그것이다. 센트럴파크는 국내 최초로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해수공원으로 익히 유명하다. 해수공원이라는 명성답게 길이 1.8km, 폭 110m에 이르는 인공수로를 품고 있는데, 그 위로 수상택시, 보트, 카누 등이 다닌다. 수상택시의 경우 천장이 막혀 있어 뙤약볕 걱정은 잠시 넣어두어도 된다. 인공수로를 따라 더 들어가면 토끼섬과 꽃사슴동산이 반긴다. 운이 좋으면 토끼와 꽃사슴이 뛰어노는 풍경도 볼 수 있으니 꼭 들러볼 것을 권한다.

바깥에만 머무느라 조금 지쳤다면 G타워로 안내한다. 항간에는 “파리에 에펠탑이 있다면 송도엔 G타워가 있다”고 표현될 만큼 지나치기엔 너무 아쉬운 곳이다. G타워는 몇 년 전 모 드라마 속 주인공의 직장으로 등장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당시 이곳이 외국 촬영지라고 생각하는 시청자가 생길 만큼 색다른 분위기는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G타워 입구와 1층에는 여러 나라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데, 이는 G타워가 국제기구 전용 빌딩이자 국제도시 송도의 상징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G타워 본건물에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과 UN 기구들이 입주해 있으며 부속건물에는 각종 문화 관련 시설, 은행 등 국제 업무에 편리한 최신 환경이 구비돼 있다. 

 

 

고층 전망대서 한눈에 담는 풍광 일품

G타워를 소개한 이유 중 하나는 33층 무료 전망대 때문이다. 방문객 누구나 승강기를 타고 곧장 33층으로 오를 수 있다. 무엇보다 전망대는 센트럴파크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위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인천대교, 영종도, 고층 건물 등을 동시에 구경하는 즐거움은 직접 경험해봐야 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트라이볼을 지나면 인천도시역사관이 보인다. 인천도시역사관은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인천을 처음 찾는 방문객이라면 더욱 둘러봐야 하는 곳이다. 단 오후 5시 30분부터는 입장이 불가하니 참고할 것.

센트럴파크가 유명해진 배경으로 이국적 경치가 손꼽히지만 현대 건축물과 한옥의 조화가 이곳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센트럴파크 한편의 한옥 호텔 경원재는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된 숙소이기도 하다. 장인의 손길이 숨 쉬는 듯한 담장과 대문, 마당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넓고 긴 산책로를 걷느라 허기진 배를 달랠 때가 온다. 여느 바캉스가 그렇듯 센트럴파크에서도 식도락을 놓칠 순 없을 터. 공원이라고 해서 먹거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섭섭하다. 센트럴파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수로와 카페, 쇼핑 공간이 어우러진 스트리트 몰, 일명 ‘커낼워크’가 있으니 말이다. 수로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유럽식 저층 건물들이 사계절을 테마로 늘어선 모습은 이곳만의 묘미다. 중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 음식부터 나폴리식 정통 화덕 피자까지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다. 특히 수로 옆으로 야외 테이블이 빽빽하게 비치돼 있어 잠시 낮잠을 취하기에도 제격이다.

그렇지만 센트럴파크 바캉스에 방점을 찍는 건 해 질 녘 풍경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수많은 LED 등이 공원 주변 건물을 수놓는다. 이때 물에 비친 불빛과 건물의 조화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하다. 같은 공간이라도 낮에 본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낯선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다.

만약 풍광만으로는 센트럴파크를 찾고 싶다는 결심이 들지 않는다면 귀를 쫑긋 세울 만한 축제 일정을 덧붙인다. 센트럴파크에서 5분만 걸으면 도착하는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는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8월 24일부터 9월 1일까지는 ‘송도맥주축제’가 열리니 기억해두자.

 

 

관광·레저를 한 번에, 잠실 롯데월드  

 

통나무배를 타고 공룡 가득한 정글로 들어서는 짜릿함, 38m 높이에서 시속 90km의 속도로 추락하는 아찔함, 좀비가 득실대는 무덤다리를 통과하는 오싹함. 실내 테마파크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놀이기구에 몸을 싣는 순간 무더위는 안녕이다. 밤 10시까지 운영되는 덕분에 잠 못 이루는 여름밤, 시원한 피서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이곳 명물로 익히 알려진 시즌별 공연과 퍼레이드도 빼놓을 수 없다. 8월 말까지 펼쳐지는 ‘삼바 카니발’에는 100여 명의 댄서가 등장해 화려한 퍼레이드를 보여준다. 댄서들이 흔드는 수만 개의 천연 깃털에 시선을 빼앗기는 건 당연하고, 심장을 두드리는 듯한 비트에 더위가 잊힌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아이스링크 위에서 땀을 식히는 방법도 추천한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는 1000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도 장관인데 낮에는 어드벤처 유리 돔 천장으로 자연 채광이 쏟아지고, 밤에는 테마파크 야경이 색다름을 연출한다. 롯데월드 쇼핑몰 3층에 위치한 민속박물관도 들러보자. 한반도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모형촌, 놀이마당, 저잣거리 등으로 구성돼 볼거리가 풍성하다.

 

원조 핫 플레이스, 홍대거리

 

음과 낭만, 예술과 자유의 상징인 홍대거리는 늘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국내 대표 관광지다. 일명 ‘걷고 싶은 거리’는 지하철 홍대입구역 8번 또는 9번 출구로 나가 홍익대 방향으로 직진하면 마주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 열리는 버스킹 공연을 비롯한 소규모 축제, 벼룩시장 등 이 거리는 언제 찾아도 활력이 넘친다. 윗잔다리공원, 예술가를 위한 나무무대, 야외광장 등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이들 공간은 더위의 갑갑함을 덜어내기에 충분하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홍대 정문의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예술벽화들이 반긴다. 마치 갤러리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골목 주변으로 작고 개성 강한 카페들이 다수 자리 잡아 조용한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인기다.

홍대 맞은편 홍익문화공원도 젊은 층이 자주 모이는 명소다. 과거 홍익어린이공원이었을 때부터 주요 약속 장소로 꼽혔다. 특히 매주 주말 오후면 벼룩시장이 열려 창작자와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최근 신흥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연남동 경의선 숲길, 망원시장도 홍대거리 인근이니 놓치지 말자. 홍대거리와는 또 다른 분위기에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도심 속 작은 해외, 이태원 관광특구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해외 여러 나라를 한데 모아놓은 듯한 이태원 관광특구가 기다리고 있다. 이태원 관광특구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입구에서 한남2동까지 1.4km 일대 상가거리를 가리킨다. 다수 외국인이 거주하다 보니 특유의 문화를 반영한 상권이 형성됐고,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 중 하나다. 찾아가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한강진역, 녹사평역에서 내리면 된다. 초행이라면 이태원로 초입과 맞닿은 녹사평역 3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편이 좋다.

이태원역 하면 지하철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서울 해밀톤 호텔을 떠올리는데, 매년 여름 이 호텔에서 열리는 풀파티는 도심 바캉스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단연 인기다. 혹 호젓한 바캉스를 원한다면 한강진역 근처 블루스퀘어도 있다. 전문 공연장인 이곳에서 뮤지컬, 콘서트 등을 관람하며 더위에서 벗어나보자. 이태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외국 음식은 덤이다.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 즐비해 있어 현지 맛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전시 관람부터 쇼핑까지, DDP·동대문시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유려한 곡선과 초대형 지붕이 인상적인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이다. 2014년 개관과 동시에 서울의 랜드마크로 떠올랐고, 2015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명소 52곳’에 포함된 바 있다.

DDP는 전시장, 디자인 숍, 식당 등 다채로운 공간으로 구성돼 전시 관람부터 식사까지 연이어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무엇보다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와 연결돼 이동하기도 좋다. 휠체어와 유모차 대여도 가능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DDP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동대문종합시장은 긴 역사를 지닌 명소다. 동대문종합시장 안 매장은 4300여 개. 종사자 수는 5만 명을 넘는다. 1970년 동양 최대 단일시장으로 출발해 50년 넘게 의류재료 전문상가로 사랑받아왔다. 원단과 액세서리, 혼수용품, 한복, 커튼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특히 국내 유명 수공예 액세서리 작가들의 작품 중 대다수가 이곳을 통해 유통되는 만큼 많은 액세서리를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이들의 필수 코스다.

기사입력: 2018/08/10 [17:15]  최종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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