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을 해소하자

생애사적 빈곤의 악순환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위원장이  95일취임했다. 취임사 전문을 소개한다.

 

멀리서 오신 외빈 여러분들게 인사부터 드립니다.

촛불 항쟁으로 새로운 민주주의의 역사를 만든 국민 여러분, 우리 사회 인권보호를 위해 애쓰는 시민사회 여러분께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긴 시간을 돌아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떠난 지 11.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지난 시간 떠나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제 마음은 늘 인권위 곁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인권위 출범 준비부터 시작해 사무총장과 상임위원으로 일했던 때를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후회한 일을 얘기해보라 질문을 받았는데, 없습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왜 후회하고 성찰할 일이 없겠습니까. 인권위 시절을 돌아볼 때 교차하는 여러 감정이 있습니다. 혹시나 상처받은 사람이 없을까 돌아보는 계기였습니다.

 

저는 먼저 인권위의 독립성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독립성 확보는 인권위 스스로 그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17년 전 인권위 출범 당시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관이라는 개념은 낯설었습니다. 당시 인권위는 이라크전 파병 반대 의견표명 같은 활동을 통해 인권위가 왜 독립기구여야 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인권에만 예속된 기관으로 흔들림 없이 임무를 수행할 때 인권위의 독립성은 비로소 실체를 갖추고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인권위는 시민사회로부터 지난 10년간 인권위가 용산 참사 등 심각한 인권 현안들을 수차례 외면하고 책임을 방기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직제 축소로 직원들이 면직되기도 했고, 2012년 인권위 블랙리스트가 폭로됐을 때는 아무런 진상조사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덮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인권 보호 의무를 진 인권위가 일련의 인권침해 과정에서 오랜 시간 침묵하며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한 데 대해 신임위원장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잘려나간 인권위 조직을 회복시켜 국가의 인권보호체제를 굳건히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8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새로운 3년을 시작합니다. 그 새로운 3년과 다가올 20년이 향하는 목표는 단 한 가지뿐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존엄한 존재임을 사회와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세상, 곧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인권위가 새로운 20년 발전사를 써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국민 여러분께 새로운 3년과 다가올 20년을 위한 저의 네 가지 책무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의 첫 번째 책무는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여성, 이주민, 난민, 성소수자 등을 비하하는 혐오표현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합니다. 성별, 장애, 학력, 용모 등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는 평등의 가치를 외면합니다. 평등권 실현과 혐오배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습니다. 2의 민주화 운동이라 불리는 미투 운동 등 인권 감수성과 차별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 수준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여성, 난민,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와 혐오표현이 광범하게 퍼지며 지역인권조례의 후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평등권 실현을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또한 모든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국가의 공식 선언을 요구한 유엔의 권고가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에 촉구하겠습니다.

 

두 번째 책무는 고용과 소득의 불평등 심화에 따른 양극화 문제와 사회적 안전망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습니다. 과거 세모녀 사건과 같은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화된 양극화의 악순환 해소에 정부는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인권 취약집단 보호, 평등한 교육기회,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권 강화, 주거 빈곤층의 주거권 강화 등의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습니다.

인권기본법을 제정하여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의무, 국제인권규범의 국내 이행, 인권영향평가, 국가인권행동증진계획(National Action Plan), 인권교육, 국가인권기구 및 시민사회의 참여와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견인해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인권교육과 홍보활동을 통해 사회 전반의 인권감수성 제고와 인권문화를 정착시키고, 관련 정책과 법령, 관행 등을 검토하여 제도와 구조를 바꿔나가겠습니다.

 

저의 세 번째 책무는 정부지자체와 인권옹호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인권실현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고, 지방분권화 시대에 발맞춰 지역 간 인권보호체계의 격차 해소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업무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의 인권신장 활동을 지원협력하고, 지방인권기구와 활발한 소통으로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역 내 인권 거버넌스를 확립하겠습니다.

 

저의 네 번째 책무는 사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인권 신장을 위해 헌신해온 인권·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겠습니다. 파리원칙에서도 언급되듯이 인권신장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은 절대적이고 독립적이며, 필수적입니다. 시민사회의 역할을 의견수렴 창구로 제한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소통하고 협력할 것입니다. 학계와 법조계, 언론계 등 범시민사회와도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5기 인권증진행동계획과 제3기 인권NAP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생애사적 빈곤의 악순환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비정규직과 여성 등 노동약자를 위한 인권보호에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립니다.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권안전망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국가 정책에 국제인권규범과 기준이 적용되도록 견인해낼 수 있는 힘 있는 국가 인권전담기구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겠습니다.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하고 끝내 견인해나가겠습니다. 그것이 인권위 탄생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분들과 여전히 인권위를 지지하고 인권위에 기대를 보내는 국민 여러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위 구성원 여러분!

여러분들이 있어서 참 든든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한 마음으로 이러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인권위 구성원들이 인권옹호자로서의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권위를 운영하겠습니다. 마음을 다해 소통하겠습니다. 믿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아울러 인권위 구성원 여러분들의 저에 대한 지지와 격려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족한 게 많지만 여러분이 채워주십시오. 인권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저는 개인적으로, 11년 만에 인권위에 다시 돌아와 일하게 된 것을 무한한 기쁨과 영광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출발합니다. 인권위 구성원들의 그간의 수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95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애

기사입력: 2018/09/08 [10:36]  최종편집: ⓒ

필자의 다른기사보기 메일로 보내기 인쇄하기

광고
광고
사랑의 후원금
사랑의 후원금 자세히 보기
사랑의 후원금 후원양식 다운로드
사랑의 후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