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 만들기가 우선

시장에 활기 불어넣어야

| 기사입력 2018/09/16 [17:54]

착한기업 만들기가 우선

시장에 활기 불어넣어야

| 입력 : 2018/09/16 [17:54]

한국창업정책연구원이 소득주도성장은 착한기업 만들기가 우선돼야 한다고 9월 10일 밝혔다.
리얼미터가 8월 29일 전국 성인을 상대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방향을 유지하고, 시간을 두고 임시·일용직보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질문했다. 응답자의 49%는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고, ‘잘못된 방향’이라는 응답이 32.4%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3대 경제정책에 대해 국민 절반이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민 절반 이상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고용정책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8월 28~30일 한국갤럽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물은 결과 경제·고용노동 분야에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각각 53%, 51%를 기록했다. 올해 5월 초와 비교하면 경제 분야에서 하락폭이 20%포인트 내외로 매우 큰 편이다. 
이 문제를 의식한 청와대가 8월 31일 장하성 정책실장을 통해서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의 악화는 소득주도성장을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는 역설적인 지표라고 항변하며, 하반기에는 소득주도성장의 추진에 더욱 과감하게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지난 정부가 투자만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인 국내수요와 소비의 중요성을 간과한 잘못으로 경제성장의 성과물들이 가계소득으로 분배되는 몫이 크게 줄었고, 그 결과 OECD 국가 중 투자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성장률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10년 동안 누적된 양극화 문제와 고령화에 따른 경기 하락에 대한 책임을 전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있다는 일부 언론의 비난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일자리, 가계소득 관련 통계 악화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극히 일부분인 최저임금 인상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정부의 표현처럼 현 경제가 그 구조를 바꿔야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면 그 위험을 사전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의 잘못을 국민들이 묻지 않는다면, 그럴듯한 말로도 들릴 수가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국민 여론도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상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추진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고, 정부의 신뢰가 깨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기우인가?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청와대의 표현을 따르면 임금이 낮은 임시·일용직보다 소득이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 나가는 장기적인 정책이라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발표된 정부의 정책에는 이와 같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착한 기업 만들기’에 대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가령 정부가 지금처럼 새로운 경제생태계 구축을 위한 특단의 제도개선 없이, 전 정부들 보다 조금 더 확장된 재정과 복지정책으로 저소득층의 임금을 높여서 일부 소득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시키고, 공정경쟁을 유지하는 사회적자산과 ‘착한 기업’이 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그 일자리는 얼마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사회적자산과 ‘착한 기업’을 먼저 만들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 이런 사전준비 없는 정책은 다주택 임대사업자의 세제혜택 축소 사건처럼 곧바로 시장에 부메랑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착한 기업’이 진행해야 하는 멘토링이 빠진 벤처기업 육성책과 취업 지원정책은 이미 밑 빠진 독이 되었고, 이 정책을 믿고 그 일에 뛰어든 사람들에게는 기회비용을 낭비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는 국회의 도움 없이도 가능한 범위의 ‘착한 기업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고,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생태계구축에 대한 비전을 제시 했어야 했다. 더욱이 시급한 디지털공유지 사업, 공공데이터 활용 사업, 시스템반도체 산업 활성화, 신재생 에너지사업 등 수많은 사회적 자본이 되는 사업들을 정부가 ‘착한 기업’이라는 유용한 도구도 없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것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서 먼저 사회적 자본을 축척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착한 기업 만들기’에 발을 벗고 나서야 한다. 
이 ‘착한 기업 만들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가 곧바로 했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MB정부가 낙수효과를 빌미로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폈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코스탁 시장만을 보더라도 10년 동안 재벌과 그 계열사들은 2배 성장을 했지만, 독립 중소기업들은 10년 기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회복불능의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재벌독점 생태계 때문에 국내기업들은 국내 실업자의 6.5배에 달하는 해외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현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해서 국민과 기업인들에게 솔직하게 경제위기라는 문제점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혁신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경제 선진국에서는 우리가 보면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사회적 자본 육성과 ‘착한 기업 만들기’에 엄청난 비용과 함께 정성을 들이고 있다. 더욱이 4차 산업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이 없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는 ‘착한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자본과 양질의 일자리가 생명줄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2010년에 사회적 자본과 ‘착한 기업’인 협동조합을 육성하겠다는 젊은 데이비드 캐머런을 앞세운 보수당이 이 제안으로 정권을 잡고 사회적자본 확대와 ‘착한 기업 만들기’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그래서 정부가 소유하고 있던 많은 부동산과 재정을 여기에 투자해서 영국은 지금 사회적 기업들이 매년 20% 씩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사회적 자본의 육성을 위해서 정부가 총력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진보를 자처하는 집권여당에서 조차 이 ‘착한 기업 만들기’ 일은 거의 방치되고 있다. 더구나 온갖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는 프랜차이즈의 경우도 최소한 대안적인 ‘착한 기업 만들기’를 시범적으로 라도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무늬만 협동조합인 농협, 효율성이 낮은 연구기관, 133조의 부채로 인해서 하루 이자를 100억원이나 지불하면서도 정규직 직원 봉급의 평균이 7천만원에 이르는 LH공사를 비롯한 여타의 방만한 공기업들은 법률이 보장하는 기득권을 누리기만 할 뿐 ‘착한 기업’과는 까마득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개혁하거나 대체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협력과 연대를 기반으로 나눔과 배려로 상생을 이루는 ‘사회적 자본’이 시장을 확대 생성하는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되어있다. 한계비용이 제로에 접근하고 있는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일반 시민들이 거래 비용을 줄이면서 상호 이익을 얻고, 경제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가 있는 사회적 인프라는 사회적기업이 제공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임금 인상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인적자본의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과 함께 임금주도 성장을 뒷밭침하는 ‘착한 기업 만들기’에 정권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고용도 늘리고 노동자도 대우를 받으면서 고용효과까지 높일 수 있는 ‘고용특별 보증제도’의 확대를 통해서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 핵심정책이 빠진 상태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는 것은 노동생산성을 먼저 높여야만, 임금을 올리거나 투자를 하겠다는 이기적인 자본 논리에 매몰되어 지속적인 일자리와 임금인상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사회적 자산과 ‘착한 기업’ 없이 경제생태계를 바꾸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실효성이 낮아서 결국 제로섬게임을 벌이고 있는 ‘을’들 간의 이전투구를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2018년 9월 10일
부원장 이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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