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와 그 이후의 과제

자립생활 실현으로 가는 과정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인의 삶을 비장애인 수준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장애인복지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우리나라 장애인정책이 31년 만에 바뀌었다. 2019년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자원체제로 전환한다. 

1988년 의학적 심사에 기반해 1급에서 6급까지로 구분한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이래 장애인에 대한 각종 지원이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되어 왔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장애인 개개인의 개별적 욕구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 

 

장애등급의 기준은 1981년 심신장애법이 제정되면서 1982년에 도입되었고 1989년 장애인복지법을 시행하면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로인해 장애등급제는 지난 30년 간 장애인 복지지원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를 이루었고 장애인의 소득보장, 세금 및 공과금 감면, 각종 요금의 할인제도와 서비스 지원에 있어서도 대상자와 지원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적 기준이 되었다. 

따라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을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한다는 것은 단순히 장애정도에 대해 세부적인 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장애정도로만 고려함으로써 장애복지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유형의 확대와 장애등급 기준의 조정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루어져 왔지만 장애등급제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상대적으로 볼 때 강력하게 대두되지는 않았다. 장애등급제에 대한 거부감이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았고 또 장애등급제를 폐지한 이후에 장애등급제를 

대치할 만한 대안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07년 이후 장애인복지 인프라 제도개선 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장애등급제 폐지는 논의되지 않은채 의학적 기준을 서비스 제공의 유일한 기준으로 활용하는 불합리를 시정하자는 차원에서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편하고자 했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정책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2012년 대통령선거의 선거공약으로 제시된 이후의 일이다. 

당시 장애정도가 가장 심각한 수준인 1급장애인만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는 것에 대해 장애등급에 상관 없이 모든 장애인이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거기에 대해 당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등급에 관한 재심사를 실시했는데 장애등급이 낮아진 장애인에 대한 지원축소로 인해 나타난 불만도 장애등급제 폐기 주장이 제기된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장애판정체계기획단이 구성되어 활동하면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논의했다. 

 

이때 논의된 사안은 

첫째 의학적 기준에 대한 정비 

둘째 소득보장 체계 개편 

세째 장애인에 대한 조세공과금 감면과 각종 요금의 할인제도 조정 

네째 장애인복지 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이었다. 

의학적 기준에 대한 정비는 장애정도를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것으로 의학적 기준 자체가 장애등급제로 직접 연결되는 것을 폐지하자는 주장이었다. 

소득보장체계 개펀은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 등을 적정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논지였다. 

조세감면과 공과금 할인제도는 장애정도에 따른 차등적용과 시혜적 성격의 급여를 조정하되 장애등급과는 무관한 제도로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전달체계의 개편은 장애등급과 연동시키지 말고 서비스의 필요도에 따라 장애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지금까지 시행되던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대안 없이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면 혼란이 예상되며 혼란을 피해 과거로 돌아가기도 어려운 것이다. 

장애등급제는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장애인복지 지원 서비스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장애인 지원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제도이다.

소득보장, 직업재활, 교육, 조세감면 및 공과금 할인제도, 보건의료 등 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장애등급제는 의학적 기준에 따라 신체와 정신의 손상 정도를 평가하는 제도인데 다량하고 복잡한 복지서비스 영역에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획일적이고 단순한 기준일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적용해온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에 대한 의학적 상태 이외에는 개개인이 처한 환경이나 지니고 있는 욕구에 대한 정보가 없어 개개인이 대처하고 있는 상황에 걸맞는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것은 장애등급제 만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복지 전반에 대한 재편과 체계의 개선인 것이다. 이것은 국제장애분류기준에서 알 수 있듯이 신체구조 뿐 아니라 개인의 활동과 사회참여, 개인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는 다양한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일반화된 계기는 활동보조 서비스의 제한적 지원을 확장해야 한다는 요구였지만 장애등급제 폐지는 복지서비스의 확장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찾는 노력이기도 하다. 장애인복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자는 요구인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소득보장 체제, 서비스 제공 시스템, 욕구평가 도구 개발, 인정조사표의 전반적 확대 등의 과제로 연결된다. 

2007년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 판결의 부정확성을 시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급과 2급 장애인에게 국민연금공단이 실시하는 장애등급 재심사를 거친 후 장애인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치가 있기 전에는 의료기관이 발급하는 장애진단서가 장애등급 판정의 유일하고 최종적인 판단이었지만 그것을 변경하면서 진단서에 대한 정확성을 국민연금공단이 다시 한번 심사함으로써 판정제도를 바꾸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공단의 재심사를 통해 기존의 장애등급이 상당수가 하향조정되었기 때문이다. 2007년 당시 22,205명에 대해 재심사가 실시되었는데 장애등급이 올라간 인원은 0.7%에 불과했고 그대로 유지된 인원은 58.7%였지만 내려간 인원이 37.9%나 되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판정과 재심사의 판정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2007년에는 보건복지부가 주도해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실시했는데 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장애인은 1급으로 제한했는데 2010년에는 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장애인의 경우 국민연금진흥공단의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2010년에 실시된 장애재심사에서는 장애등급이 유지된 비율은 1급 60.5%, 2급 59.2%, 3급 65.9%로 나타나 해를 거듭할 수록 장애등급이 낮아지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애등급 재심사에 대해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비록 1급장애인에게 장애인 보조활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그 혜택을 받는데 걸림돌이 생겨난 것이다. 또 급여인정여부를 결정하는 인정조사표를 별도로 작성해 최종 판단함으로써 1급이라 하더라도 탈락하는 사례가 있었고 2급, 3급이라 하더라도 활동보조 서비스가 절실히 요구됨에도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사정이었으므로 장애인들의 불만은 쌓일 수 밖에 없었다. 

2012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중심이 되어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면서 장기 농성 사태를 야기했다. 그 해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슈로 등장했다. 주요 정당들은 모두 장애등급제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채택했던 것이다. 

2013년 출범한 새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국정과제로 공식화하고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장애등급제를 2017년에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 2018년에 시행될 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을 통해 장애인복지 서비스의 제공기준으로 활용되는 당시의 장애등급제를 개선하되 2016년에는 의학적 기준 외에 장애특성과 서비스의 필요정도 등을 반영한 새로운 장애판정 체계로 전환시키고 서비스 신청 제한은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장애등급제 폐지는 정부의 정책과제가 되었고 2017년에는 전면 폐지 수순을 밟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부의 정책결정에도 불구하고 장애등급제 폐지는 여전히 미결과제로 남게 된다. 

2013년 보건복지부 안에 장애판정체계기획단이 구성되어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정부차원의 논의가 시작되었다. 당시 보건복지부의 방침은 장애등급제를 2017년까지 폐지하되 그 중간단계로서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으로 구분해 장애등급을 간소화하는 이른바 '중경제' 도입을 선호했다. 당시 장애인복지 제도가 대부분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의 구분을 통해 급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설계로 되어 있었기에 큰 변화나 혼란 없이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를 대응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획단 자체에서 제기된 많은 의견들은 중경제는 장애등급제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며 그것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당시에 논의된 쟁점은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에 1) 장애등급을 대체할 수 있는 의학적 기준의 정비, 2) 소득보장 체계 정비,  3) 장애정도에 따라 서비스가 달리 지원되는 전달체계의 개편 등이었다. 

장애등급제가 완전히 폐지되려면 폐지 이후에 적용할 새로운 체계가 마련되고 정비되어야 했지만 대안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구체적인 개편안은 마련되지 않은채 2013년 12월에 5가지 합의사항을 채택하면서 기획단의업무는 종결되었다. 

1)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중간단계로 중증/경증의 단순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2) 연금, 수당의 소득보장은 의학적 기준, 작업,근로능력 기준, 사회적 환경여건 등을 고려해 종합판단 체계를 마련한다. 

    소수의견  장애인 직접소득 보장제와 관련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개인소득을 중심으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기준을 마련한다. 

3) 장애등급 구분에 따라 할인율에 차등을 두지 않는 제도는 제도개편 후에도 할인율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

4) 장애등급에 따라 할인율에 차등이 있는 제도는 장애인복지 서비스 총량이 감소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득기준 등 기타조건을 고려해 단일 감면율 적용방안 등을 검토한다. 

    소수의견  장애에 대한 간접적 할인제도 중 직접적 소득보장 제도로 전환할 수 있는 사항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한다. 

5) 서비스분야는 장애영역별 특성을 반영한 인정조사표를 마련한다. 

    소수의견  급여 제공방법에서 현물 또는 바우처 외에 직접지불 제도의 도입을 검토한다.  

이 합의사항은 중경제를 채택하지 않으며 소득보장을 위한 종합판정 체계를 마련하며 감면,할인 제도를 정비하고 장애특성을 반영한 인정조사표를 마련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합의에 대한 논의를 위해 2014년에 장애인종합판정개편지원단이 구성되었다. 지원단은 기획단의 합의사항을 중심으로 후속 논의를 진행했는데 중경제에 대한 논의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었고 종합판정 체계 마련에 대해서는 검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감면,할인제도 정비문제도 논의가 미미했다. 인정조사표는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2014년 19월에 초안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된 뚜렸한 성과는 없었다. 지원단도 역시 의미있는 대안을 만들지 못한채 그 역할을 마쳤다. 

결국 기획단과 지원단이 수립한 계획은 2016년까지 장애등급제를 종합판정 체계로 전환하되 서비스의 필요나 정도 등을 반영한 통합적 판정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고 소득보장 체계 정비와 감면,할인제도 개편에 관한 사항은 누락시킨채로 업무를 종결했던 것이다. 

 

장애등급제 폐지 쟁점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되는 논의를 통해 다양한 쟁점이 제기되었다. 손상중심에서 벗어나 환경적 내용을 포함하는 장애에 대한 새로운 정의, 장애인 등록제의 폐지 추진, 장애등급제 폐지로 인한 혜택축소 우려 해결 등이다. 

2013년 장애판정체계기획단에서 논의된 쟁점사안 중 하나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되 중증, 또는 경증의 단순화 과정으로 구분할 것인가 여부였따. 

단순화 과정을 설정하자는 주장은 만일 장애등급제를 전면적으로 폐지할 경우 대안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혼란이 불가피하므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완충적 과도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중간단계를 거치는 동안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충분히 논의한다면 장애등급제를 완전히 폐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중증과 경증이라는 단순화된 과정을 설정하는 이유는 장애등급제로 야기되는 어려운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예산의 증액, 행정적인 어려움, 주관부처와 연관부처에 대한 제도적 개편 등 넘어야 할 과제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기획단에서는 중경증 구분은 채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새로운 대안 마련 없이 장애등급만 간소화하는 것은 앞으로도 장애등급제를 폐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등급의 단순화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고 향후 장애등급제를 폐지할 때 또 다른 혼란을 일으칼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행 장애인의 소득보장 체계는 대략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국민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적용에 따른 최저생활의 보장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인을 위한 별도 소득보장이다. 국민 기초생활 보장제도에 따른 소득보자 체계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장애등급을 활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영향이 없지만 별도 소득보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된다. 

 

장애인을 위한 별도 소득보장체계는 장애수당, 장애인연금, 장애연금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회보험의 성격을 띠고 있는 장애연금을 제외한다면 경증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 중증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인연금이 대표적인 소득보장 제도에 해당된다.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은 소득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별도 소득보장 체계는 장애등급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따라서 장애등급이 폐지된다면 체계를 새로 구성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체계를 바꾸는 대안적 소득보장 체계에서 고려해야 할 기준은 의학적 기준, 근로/직업능력 기준, 사회적 환경 등 3가지 요소이므로 소득보장에 있어서 의학적 기준은 하나의 요소로 적용하면서 근로/직업능력 기준과 사회적 환경을 함께 고려한 종합판정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현행 장애인에 대한 감면,할인제도는 31종인데 장애등급과 관련없이 모든 장애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21종이고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적용되는 것이 10종이다. 이 중에서 장애등급에 따라 감면,할인이 다르게 적용되는 제도가 쟁점이 되는데 세제혜택 2종, 공과금 6종, 건강보험료 2종이다. 

세제혜택은 승용차 개별소비세와 차량취득세인데 1 ~ 3급 장애인에게 적용되고 있다. 공과금은 철도요금, 항공요금, 여객선 요금의 할인에서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적용되고 있고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할인은 1 ~ 3급 장애인에게 적용되고 있으며 자동차 검사수수료는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적용되고 있다. 

향후 제도가 개편된다 하더라도 예산의 총액이 감소하지 않는 범위에서 감면 또는 할인율을 검토하도록 되어 있지만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면 등급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기준을 세로 만들거나 아니면 단일한 감면과 단일한 할인율응 적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감면과 할인이 시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라는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는 당위성을 인정해야 한다. 

장애등급제와 관련해 거론되는 인정조사표는 장애등급과 관계없이 장애인이 개별적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 욕구를 파악해 그것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개별적인 조사표를 말한다. 현행 장애인복지와 관련해 사용하는 인정조사표는 장애인의 활동지원을 인정조사표가 유일하다. 이 조사표는 장애등급이 아닌 별도의 조사를 거쳐 제공되기 때문에 장애의 등급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재 3급까지 신청할 수 있으므로 행정상의 문제가 있지만 조사표 자체는 장애등급과는 무관한 것이다. 

장애영역별 특성을 반영한 인정조사표를 만드는 것은 별도의 조사표를 새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것은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지원하자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개개인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 욕구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2019년의 장애인 정책 변경 

 

보건복지부는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31년 만에 장애인정책을 전한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하는데 국가서비스 중 23개, 지방자치단체의 서비스 중 200개가 그 대상이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실시하고 주요 서비스에 대한 대상자를 지원하되 지원시간도 월 120시간에서 127시간으로 늘리고 본인부담금도 최대 50%까지 경감할 수 있도록 하며 누락된 서비스를 찾아내고 수요자를 찾아가는 상담을 확대하고 민관협력을 통한 지원을 강화한다.

1988년 의학적 심사를 기반으로 1급에서 6급까지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이래 장애인에 대한 각종 지원이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되어 왔기 떼문에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와같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2017년에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를 운영했고 2018년에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관계부처 시행준비단을 구성해 장애등급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그 에 관해 논의를 거듭했다.  이번에 시행된 조치의 핵심은 '수요자 중심의 지원체계 구축'이다. 그동안 지원체계가 공급자의 관점에서 장애등급이라는 정책개발이나 집행이 용이한 기준을 적용하려던 소극적인 체계였다면 향후의 지원체계는 개개인의 욕구와 사회적 환경을 더 깊이있게 고려하는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 지원체계는 1) 장애등급제의 단계적 폐지 2) 종합조사 도입 3) 전달체계 강화의 3개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종전의 1 ~ 6급 장애등급은 없애고 장애인에 대한 객관적 인정을 위해 장애인등록은 현행대로 유지한다. 장애등급이 없어져도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함으로써 지금까지 1 ~ 3급 중증장애인에게 적용되던 우대혜택은 유지한다. 1 ~ 3급 장애인은 장애정도가 심하고 4 ~ 6급장애인은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으므로 정책이 바뀌었지만 장애인심사를 다시 받거나 장에인 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장애등급이 장애정도로 변경됨에 따라 건강보험료와 노인 장기요양 보험의 보험료 경감이 확대되고 특별 교통수단 법정 의무 대수도 단계적으로 확충한다. 현행 건강보험료 경감은 5 ~ 6급 장애인의 경감율이 10%에서 20%로 올라간다. 휠체어 탑승살비를 장착한 차량 데수를 대상자 200명당 1대에서 150명당 1대로 늘린다. 건강보험 장애인 보장구와 장애인 보조기기 품목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장애인 보장구는 3급지체,뇌병변 장애인에게도 지원하며 흰지팡이 1만 4천원에서 2만 5천원으로 인상하며 저시력 보조안경의 내구연한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다. 장애인 보조기기도 현행 28개에서 30개로 늘리며 2022년까지 36개로 늘릴 예정이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제외한다. 지자체에서는 장애등급을 규정하고 있는 조례 1,994개를 정비하고 있는데 지자체 장애인 서비스 902개 중 200개 사업의 대상이 확대될 예정인데 그 대상을 계속 늘릴 것이다. 예를들면 지금까지 1급 또는ㅁ 1급과 2급까지 적용하던 서비스를 3급까지 확대적용, 현행 중증장애인은 모두 혜택을 받게 된다. 

둘째 장애인 종합조사를 실시하는데 이 조사는 장애인 서비스의 지원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서비스 신청인의일상생활 수행능력, 인지와 행동의 특성, 사회활동, 가구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종합조시는 활동지원 급여, 장애인 보조기기, 장애인 거주시설, 응급안전 서비스의 4개 서비스에 우선 적용하고 장애인 이동지원 분야, 소득 및 고용지원 분야의 경우 서비스 특성에 맞는 종합조사를 추가로 개발해 이동지원은 2020년부터 소득 및 고용지원은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활동지원 서비스의 경우 평균 지원시간이 확대되고 이용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종합조사 시 장애유형별 특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매뉴얼과 세부기준을 장애유형별로 설정한다. 

세째 서비스 전달체계를 강화하는데 장애인이 서비스를 알지 못해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통해 장애유형, 장애정도, 연령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별하고 누락서비스도 찾아서 안내할 예정이다. 현재 장애인연금에만 시행 중인 '서비스 수급희망 이력관리'를 올해에는 활동지원 서비스와 장애수당에도 확대 적용한다. 

읍면동에서 찾아가는 상담의 대상을 독거 중증장애인 중복장애인 등 위기가구의 장애인으로 확대하되 전문인력이 같이 가서 상담하도록 함으로써 전문성을 확보한다. 

 

기초자치단체에는 장애인 전담 민관협의체를 설치해 특화된 사례관리를 하되 이 협의체애는 희망복지 지원단, 장애인 부서, 장애인복지관, 지역사회 복지협의체 등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의 장애인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원칙을 정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한다. 아울러 장애인복지관의 전문인력 확충도 추진할 것이다. 

정부는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제를 기반으로 일상생활 지원, 소득고용 지원, 건강관리 지원 등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활동지원 서비스는 2011년 도입된 이래 장애인의 사회참여에 크게 기여했는데 아직은 흡족한 수준은 아니다. 아쉽게도 장애유형별 다양한 욕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서비스 종류를 더 확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상당부분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14.4%나 되는데 현재로서는 65세 미만 장애인의 6.5%정도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준이므로 그 비율응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2019년 7월 정책번경으로 달라지는 사례를 들어보면 

1)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를 함께 지닌 최증증 1급장애인 가씨는 현재 하루 13시간 활동지원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16시간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2)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 3급인 나씨는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고 싶어도 대상이 1급과 2급으로 한정되어 있어 이용이 불가능했었지만 이제는 이용이 가응하다. 

3) 정신장애 3급인 다씨는 직장생활이 어려워 생계에 어려움이 있지만 장애인연금이 1급과 2급 또는 중복장애인으로 한정되어 있어 장애인연금을 발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실제로 근무가 어려운 장애인은 소득수준이 낮다면 다씨도 장애인 연금을 받을 수 있다. 

4) 근로자인 지적장애 3급인 라씨는 건강보험료를 월 4만원, 노인 장기보험료 월 7천원을 납부하고 있는데 건강보험료는 20% 감면받고 있었다. 라씨는 이제 건강보험료는 30%, 노인 장기보험료도 30% 감면받는다. 

5) 시각장애인인 마씨는 시력이 좋지않아 지역활동에 어려움이 많은데 장애인등록을 최근에 마쳤기에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고 있다. 라씨는 주민센더의 공무원과 장애인복지관의 사례관리사가 동행해 방문상담을 할 것이다. 라씨는 건강보험 보장구를 지원받고 장애인복지관의 보행훈련 프로그램도 이수할 수 있다. 

6) 어머니와 살고있는 자폐성 장애아동 바군은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어머니가 취업하게 돼 집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바군은 월 37시간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향후 정책시행의 과제

 

지난 30년 간 장애인복지 정책시행의 토대로 작용했던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일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장애계 안에서도 그동안 잘 해온 제도를 왜 바꾸려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장애인복지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장애인복지의 기본이념인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실현되려면 장애인 개인과 가족의 삶을 고려하고 장애인에게 개별적인 지원을 실시하는 제도가 필요한데 장애등급제로는 이러한 지원을 용이하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장애인복지의 모습은부리함을 겪고있는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립적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다. 

소득보장 체계의 정비는 장애인의 경제적인 삶을 비장애인 수준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의학기준의 정비는 장애인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설정되는 것이 의미가 있다.  그 구체적인 평가는 장애인의삶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구성되어아 한다. 

감면,할인제도의 정비는 실제로 장애인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과감하게 추진될 필요가 절실하다. 인정조사표의 개발과 전달체계의 정비는 매우 어려운 과제일 뿐 아니라 장애등급제 폐지의 핵심문제이다. 이것으로 과거의 장애인복지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장애등급제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에 바탕을 두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의 현실은 장애등급제를 완전히 폐지하지 못한 형편이며 장애등급을 '중경증'으로 이원화하는데 머무르고 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기 위해서는 더 철저한 현실파악과 더 깊이있고 생산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장애인정책의 근간이 되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한 것은 장애인단체였다. 장애인단체의 노력으로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장애인정책의 중대한 변화가 생겼지만 1) 서비스지원을 위한 조사가 장애유형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2) 활동지원 수급자의 서비스가 감소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3) 신규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 등 아직도 많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정부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도록 지원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렇지만 맞춤형 서비스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서비스의 총량이 확대되어 원하는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장애인들이 원하는 만큼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아직도 먼 길을 가야만 한다. 

지금까지 장애인단체들은 다양한 장애인의 욕구를 사회의 이슈로 만들었고 장애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과 사회제도를 제안해 왔지만 맞춤형, 그리고 개별화된 서비스,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 등 시대적 환경변화에 따라 거시적 장애운동에서 생활밀착형 지역사회 중심으로 그 역할과 사회운동의 방향을 전환해야 할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장애인 개개인의 소비자로서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절실한 형편에 이르른 것이다. 

장애인단체는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의 장애인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그리고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즉 장애인의 권익활동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급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복지기관과는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 서비스의 이용과정에서 장애인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 지향적이고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인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새로운 역할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시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수준은 OECD 국가들의 평균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모든 영역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해당 예산의 투입이 적은 규모이기 때문이다. 예산 규모가 적기 때문에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아직도 빈곤한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낮은 취업률과 자립생활 지원 서비스의 부족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아주 열악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거기에 더해서 장애인정책의 대상 범위가 선진국에 비한다면 현저하게 협소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복지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등록장애의 범주가 전체 신체기능의 제약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금제도와 활동지원 서비스 제도가 서비스의 대상 범위를 아주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여의 금액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GDP 대비 장애인예산 비율도 아주 낮은 수준이다. 

장애인정책 프로그램의 수량도 많지 않은 것도 장애인의 삶이 열악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이다. 장애인 보호자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절실한 보호자수당, 주거비용과 주거환경 개선에 필요한 비용 마련을 위한 자산형성 지원제도, 저소득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적극적인 배려 등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재도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 놀랄만하게 성장한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걸맞는 수준의 장애인복지 예산이 편성되어야 할 것이고 기존제도 운영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 병화>

 

이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사입력: 2019/07/27 [11:35]  최종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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