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되어 버린 기후위기 앞에서, 철도와 지하철은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승용차나 항공기보다 에너지 소비량은 1/10, 탄소 배출량은 1/5 이하라고 한다. 이미 모든 열차의 80%가 전기로 운행되는 데다, 여객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고속철도, 광역철도, 도시철도는 100% 전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대도시의 혁신역량을 제고하는 데에도, 지방 소도시의 소멸을 막는 데에도 철도의 역할은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현지 12% 수준인 철도·지하철의 수송 분담율을 48%로 높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를 가장 원활하게, 그리고 소외되는 시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공공철도다. 그런데 최근 민자철도의 확대는 이러한 공공성을 위협할 수 있는데 민자철도는 민자의 수익성을 보장해야 성립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올여름 전 세계는 사상 최장기 폭염과 열대야로 온열사망자가 늘고, 농어업 피해는 커졌고, 국민 대다수가 전례없는 고통을 겪었다. 고물가 고금리의 장기화 속에 저소득자의 생활고, 자영업자의 파산으로 생계 자살자가 늘고, 국민 대다수도 실질임금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와 불평등 해결은 우리가 살기 위한 재난대응 수준에서 전방위적으로 나서야 할 핵심 민생현안이 되었다. 교통부문은 이산화탄소의 주요 배출자이고, 교통비는 생계비의 주요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 교통정책이 기후위기와 불평등 해결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 해법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도로운송 중심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운송 중심으로 신속한 교통수단 전환이고 대중교통의 획기적인 공공성 강화이다. 유럽의 교통선진국들은 강력한 입법과 대규모 재정지원을 통해 그런 방향으로 파격적인 전환을 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기자동차 보조금, 유가보조금 지급을 내세워 기존의 자동차와 도로운송 중심 정책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K패스 이용자가 단기간에 2백만을 넘을만큼 대중교통비 지원이 절실한데 그 수준이 유럽에 한참 뒤떨어져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광역 급행철도 건설을 계기로 대중교통의 공공성 강화에 역행하는 민자철도가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철도, 서해선, 신분당선, 서울지하철9호, 경전철 등 신규로 건설된 민자철도 지하철은 그동안 비싼 요금, 인건비 빼먹기와 안전투자 소홀 등 많은 문제를 낳으면서 국민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후 광역철도의 중심이 될 광역 급행철도가 수도권의 GTX 전 노선은 물론이고 지방 광역 급행철도까지 사회적 합의 없이 민자철도로 추진되고 있다. 신규노선이 민자철도로 건설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권, 지역주민,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예산당국은 복지예산 증액을 위해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민자유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런데 국민생활 필수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에너지, 통신과 같은 사회 기반시설 예산은 현물 복지예산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회 기반시설 민자사업은 재정효율성을 더 악화시키고 국민부담만 더 높인다는 점이 검증되어 세계적으로 줄이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 예산당국도 철도투자와 대중교통의 공공성 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교통시설 특별회계로 개혁하고 건설비용을 공공차원에서 조달하는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공공철도 지하철은 안전하고 저렴하며 편리한 서비스이므로 지역과 계층의 차별없이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재정이 공공적으로 조달되고 운영에 서비스 생산자와 이용자가 공동으로 참여할 때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KTX , 도시철도, 그리고 일반철도는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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