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는 조선시대 농지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전당제도(典當制度)에서 기원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임대방식이었다. 집주인은 주택을 제공함으로써 이자 없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고 임차인은 월세 부담을 덜고 매매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주하는 방식으로 상호이익을 공유해왔다. 그러나 등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과 전세대출의 부작용까지 더해지면서 깡통전세, 전세 사기 등 제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 또한, 개인의 능력을 넘어선 전세대출이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되레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 및 학계에서는 현행 제도의 보완을 넘어서 전세 폐지론까지 제기되고 있고 오랜 기간 전세제도가 월세거주에서 자기보유로 이어지는 주거 징검다리 역할을 해오기도 했지만, 현재에도 그러한지 되짚어볼 시점이 온 것이다. 시대변화에 맞는 전세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현행 임대차 기한의 연장부터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 의무의 전환 등 임차인의 지위를 보호하고 주거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돼야 한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며 전세제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높아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고 큰 피해를 양산하는 전세제도에 대한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음이 현재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임대차 2법 폐지, 대출 규제강화 같은 근시안적 방식 역시 전세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전세제도의 부정적 시선만 높이며 내 집 마련의 장벽을 더할 뿐이다. 오히려 지금은 안정된 부동산시장, 투명한 부동산 공시가, 공인중개사의 신뢰성 확보, 가계 상황에 적합한 대출정책 등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고, 전세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나가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오랜기간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 온 전세제도가 부동산 사기의 창구라는 오명을 벗고 신뢰할 수 있는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전세는 월세에서 자가주택 보유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었다. 이에 따라 국가는 본래 사금융이었던 전세에 보증을 제공하거나, 직접 대출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늘려 왔고, 이처럼 전세 지원 정책은 주거정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과 주거환경의 변화는 전세제도의 현재적 의미를 다시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전세대출 지원 등이 그동안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여겨졌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당초 의도와 달리 다주택자의 갭 투기 수단으로 이용돼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사기 사태에서 보듯이 집값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면서 임차인 보호에 큰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세제도는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 상승을 전제로 작동한다. 경제구조와 부동산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그 전제가 흔들리는 지금 상황에서, 전세제도는 더 이상 과거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특히 주거정책의 패러다임이 주거 중립성에 입각한 주거권 보장으로 전환되면서, 전세에서 자가보유로 이어지는 경로뿐 아니라 다양한 주거형태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전세제도의 개편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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